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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Je reviens te chercher
1. 김남주 옮김
"해서, 절대 스포일러의 역할을 하지 않는, 줄거리 한 줄 소개하지 않는 역자의 말을 쓰려 했다면 이 또한 사족의 사족인가."
잘 모르는 번역가. 하지만 끝이 맘에 드는 번역가. 낯선 한국어의 모습을 활용하려고 노력한 번역가. 조금은 난해하게 번역한 번역가. 그래도 기대되는 번역가.
2. 본문과 그 친구들
운명을 피하려 접어든 길에서
사람은 종종 자신의 운명을 만난다.
- 라 퐁텐 (9쪽)
De toute façon vous ne pouviez pas m'aider. (71쪽)
그래 이제 난 무엇을 하지? 네가 떠나버린 지금.
넌 내게 지구 전체를 남겨주었지만,
너 없는 지구는 얼마나 좁은지.
(137쪽.베코의 샹송)
청소년들은 인간이 겉모습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것,
그리하여 삶이란 어쩌면 상상했던 것만큼 근사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지해낸다
- 마르셀 뤼포 (206쪽. 프랑스의 아동 정신과의사)
죽은자들의 진짜 무덤은 살아 있는 이들의 마음에 있다 - 타키투스(274쪽)
"어떻게 된 일이냐고? 제시는 열다섯 살에 이미 이 세상에서가장 어려운 일을 해낼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
" 그게 뭔데?"
" 믿음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그걸 되찾아주는 것." (370쪽)
사랑이 사람을 바바로로 만드는가,
아니면 바보들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202쪽.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연애는 샴페인으로 시작해 캐모마일로 끝난다.
(375쪽. 발레리 라르보의 한 구절)
가끔 드는 생각. 기욤 뮈소, 당신 아는 거 많은 거 아니깐-,
포커에 일본인, 통계, 의학, 법률, 타로, 맨날 우려먹는 9.11테러.
이제 그만!
3. 장소
최근 프랑스 소설의 경향이라면 경향이다. 프랑스어로 쓰였지만,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그린다. 프랑스를 아름답다 하지만, 뉴욕을 흥미롭다 한다. 다소 모순적이다.
물론, 한국소설이라고 한국만을 무대로 삼으라면- 나는 사천만 국민에게 맞아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존에 프랑스 문학만의 독특한 '프랑스 사랑'이 더이상 묻어나지 않는, 이런 프랑스 소설이라니!
한국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나로써는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들 투성이다. 오히려- 뭐랄까, 로맨스 소설 혹은 하이틴 소설에 나온 미지의 대상을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하지만 분명한 건, 상업적으로는 이 장소의 변경이 한 몫 잡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아쉽고 씁쓸하다.
4. 소설의 구성
1) 흔히 기욤 뮈소의 소설은 영화적 기법을 소설에 적용시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크로스오버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소설을, 나 역시 영화와 소설 중 어느 것이라 콕 찝어 말하지 못할 느낌에 당혹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아무래도 베르나르처럼 본론부터 시작하는 소설이 아니라면, 시간이 다소 짧은 영화가 더 스피드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소설로써를 기대한 나같은 독자들에게 다소 실망을 준다. 그래, 기욤 뮈소 너 글 잘 쓴다. 근데 이게 대본이냐, 소설이냐? 이게 딱 내 심정이다.
2) 이 소설은 여느때와 동일하게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에필로그로 끝난다. 다른 점은 소설을 3번 나누었다는 점이다.
물론 소설의 전개상 이렇게 파트를 나누었다는 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티에리 코엔으 <살았더라면>을 읽은 작가라면,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커터식 구분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싹뚝, 소설을 나누다니. 분량이 많아, 1권과 2권이 된 것도 아니고 한 권 내에서 싹뚝이라니! 비명 지르고 싶은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2-2) 하나 더. 인터뷰 부분은 더욱 끔찍하다. 물론,
인터뷰의 특색을 살리고 싶은 건 100번 이해한다. 하지만 좀 더 다른, 매끄러운 방법이 업었을까? 맙소사, 너는 소설가가 아니야. 나는 기욤 뮈소에게 소설가라는 칭호를 주지 않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이르렀다.
3) 기욤 뮈소, 티에리 코엔 등등, 최근 프랑스 소설의 경향 중 하나가 작은 말들 달기인 듯 하다. 그 것은 명언이기도 하고, 소설 속 인용이기도 하다. 마치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며 영화를 주도하려 든다. 하지만 스포일러 같은 이 녀석들을 나는 최대한 명언으로 받아드리려 한다.
' 이건 명언이야. 이건 명언이야.'
예상되는 기쁨은 먼지맛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