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성장기 소설인데, 성장기 소년의 눈으로 그린 것이라기 보다는 어른이 된 지금 과거의 아홉살 소년 때를 회상하면서 쓴 글이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주인공 여민은 아홉살이 아니라 열두, 세살 쯤으로 느껴진다. 아홉살이라기에는 너무나 성숙한 모습.
물론 어른이 된 다음, 어렸을 때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서른이 된 입장에서의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녹아있다. 저자 '위기철'에 대해서는, 전에 철학서적의 지은이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감성적인 이야기를 썼다는 것에 우선 의외였다. 사회과학서적이나 철학책을 쓰는 사람들에 전반적인 느낌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이렇게 감성적인 느낌의 글과는 잘 연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서울의 산꼭대기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눈에 보이듯 그려졌으며 각 장마다 주제를 담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별개가 아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여민이가 저자의 실제 성장기 모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렸을 때 어려운 시절 아이들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러했으리라 공감이 된다.
나의 아홉살 때는 어땠는지...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 나의 모습은 정말 가물가물하다. 그 때의 담임선생님 성함도 역시 가물거린다. 다만, 그 선생님이 축구를 너무나 좋아해서 우리들은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가릴 것 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동안 축구를 했던 기억이 남는다. 그건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외의 일들은? 정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의 성장기는 가난하고 술주정으로 분란을 일으켰던 아버지 때문에 내내 어두웠으니, 그 때도 어린마음에 그러했으리라 생각도 된다. 가난때문에, 어렸지만 주눅이 들었을 것이고, 소심해서 아이들 속에서 위축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렇지만, 그 당시 어느정도의 느낌으로 생활했는지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시간이 너무나 느리게 가서, 한 해가 가고 한 학년이 올라가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서른은 넘긴 지금은 1년이란는 시간이 이렇게 훌쩍 가고 있으니.. 성장기와 성장을 다 한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건대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시간의 빠름에 대한 느낌이다. 언제야 3학년에 올라갈 수 있을까, 중학교에 들어가는 시간이 정말 올까? 조마조마했던 꼬마의 마음이 지금은 너무나 새삼스러운 느낌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