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2
진중권 / 개마고원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외삼촌은 박정희 골수팬이다. 오래전, 박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굶는 것을 면제해 준 만한 것이 있으냐, 누가 뭐래도 박정희만한 대통령은 없다'라고 단언하신 적이 있다. 외할머니는 영양실조로 돌아가셨고. 외삼촌도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엄마 덕택에 중학교나마 나온 경우였다. 물론, 외삼촌은 '중학교 졸'이라는 학력이 내내 부끄러워서 '고졸'이라는 허위학력을 기재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지지리도 가난했던 식구들이 먹고 살게 된 것은 박통시절 대대적으로 실시한 '새마을운동'이라고 굳게 믿고 계신다. '군사독재 박정희 -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모든 국민들을 살얼음판에서 살게 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경제개발의 측면에서는 이러한 굳은 믿음을 부정하지 못해 늘 개운찮았다. 이 책을 손에 든 것도 개운치 않은 의구심이 동기다.

병원등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월간조선'을 읽다가 몇 줄 읽다가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렇게 여전히 살아있구나.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것은 분명하고, 나라 안팎에서 우익들이 설치고 다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하기야 호주제 없애자고 하니, 갓쓴 할아버지들이 몰려나와 데모할 때는 지금이 2002년인지 몇세기전의 조선시대인지 구분이 되지 않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 책은 해방이 후 지금까지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보수우익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있다. 어투가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대 얄미워서 한대 때려주고 싶었던 자들의 글을 인용해서 그 글들이 논리적으로 엉터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들의 말을 인용하여 논리를 펴다보니, 읽는 입장에서 보면 말장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월간 조선을 비롯하여 보수우익의 글들을 분석한 진중권의 노고에는 감탄한다.

'굶은 것에서 해방되게 해 준 박정희'에 대해서 간절한 고마움이 허위라는 것을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들이 미흡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박정희의 개발 독재주의가 현재의 경제까지도 망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극우 파시스트가 내뱉은 말들을 반박하는 것을 넘어서, 더 객관적인 자료를 첨부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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