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길을 가라>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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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길을 가라 - 인생의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프랜시스 타폰 지음, 홍은택 옮김 / 시공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세 가지 이유에서 ‘너만의 길을 가라’를 집었다. 옛날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 두 권이 있었다. 어느 날 보니 옮긴이가 ‘홍은택’ 이였다. 그리고 근래에 홍 동지가 직접 쓴 아메리카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옮긴 책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나를 부르는 숲’에서 애팔래치아 트레일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너만의...’에서도 이런 재미를 느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소개에도 혹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나갔다. 나 자신도 6개월 전에 7년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백수로 전업했다. 궁금했다. 어떤 심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헤쳐나가고 있는지.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서 ‘너만의...’가 자기계발서라는걸 알았을 때 ‘아 이런 된장’하는 기분이었다. 평소 자기계발서에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고 있는데다가 내심 애팔래치아 트레일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란 게 좋은 이야기들만 죽 늘어놓고 이것만 하면 당신도 행복해지고 부자가 된다고 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하지만 ‘너만의...’는 약간의 강제성이 있었기 때문에 흥하는 마음으로 집어던질 수 없어서 열심히 읽게 되었다.
‘너만의...’의 화두는 ‘삶을 최대한 누리기’ 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그럭저럭의 삶’이 아닌 ‘굉장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글쓴이가 3,489킬로미터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 일곱 가지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글쓴이 나름의 ‘변곡점’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만의 밥벌이를 생각한 끝에 그래 이왕 걷는 거 끝까지 걷고 자기계발서를 하나 써서 밥벌이하자고 말이다.
자기계발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니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너만의...’에서 소개하는 원칙을 보면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좋은 말들의 모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할 만큼 평범하고 쉬운 것들이다. 쉽다는 것은 누구나가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100억 부자 되기’ 부류의 책을 보면 부동산 투기(자)를 잘하고 펀드를 잘하고 절약하라는 등등의 말들이 있다. 절약은 누구나가 할 수 있지만 부동산 투자(기)는 나름의 진입 장벽이 있다. 이에 비해 ‘너만의...’에서 소개하는 것들은 진입 장벽이 없다. 누구나 절약하고 한 푼 두 푼 모을 수 있다.
‘너만의...’의 내용이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할 만한 내용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준다. 나 자신도 ‘너만의...’에 나오는 여러 가지 원칙을 이미 잘 알고 있고 실천해 보려고 애쓴 적이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쉽게 잊어버린다. ‘너만의...’를 통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글쓴이는 3,489킬로미터를 걸었지만 우리는 아랫목에 배 깔고 엎드려 글쓴이의 반 정도는 따라갔으니 얼마나 좋은가.
‘너만의...’ 의 한계는 어쨌든 ‘Made In U.S.A’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와 미국 사회는 다르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백수로 전업하고 나니 사회의 장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내용이 한국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벽을 뛰어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우리가 ‘Made In Korea’임을 인식하고 불을 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 맞으면 아프다.
그리고 누구나 다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당장 내일 끼니가 없는 사람이 채소와 과일 위주로 밥상을 꾸밀 수 있을까. 20달러로도 그 긴긴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갈 수 있다고 했지만 누군가 무엇을 남겨 두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무도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20달러만 가지고 트레일을 다 걸을 수 있었을까? 글쓴이도 책에서 이런 모순과 자기의 생각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여전히 이런 의문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모두 자기의 길이 있을 거라는 긍정적으로 생각 해본다.
삐뚤게 보기보다 글쓴이 말대로 ‘약간의 창의성’을 가지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글을 읽으면 좀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글쓴이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방법으로 운동한 후 꼭 샤워하기라고 강제하면 꽤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한 달에 한두번을 빼면 샤워하려고 운동을 한단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일주일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다. 나 같으면 짜장면을 위해서 운동을 하겠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맛있고 기름진 짜장면을 안 먹는 것이다. 이런 약속을 하면 아마 운동을 열심히 할 것 같다. 담배를 건강하게 피우려고 운동해도 괜찮지 않을까.
끝으로 좋든 나쁘든 ‘너만의 길을 가라’ 를 읽으면서 나만의 길을 가려는 확신과 용기를 다시 얻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 없다.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그 커다란 부로 마음껏 복수하기 전까지 어두운 감옥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냈던가. ‘너만의...’에서 ‘통장에 모으는 한 푼 한푼은 자유를’ 가져오는 것처럼 한걸음 한걸음 가다 보면 자신만의 길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길을 당신의 속도로 가면서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가다듬으면 후회 없지 않을까.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대한 추신: 만약 걷기 여행을 한다면 꼭 배낭을 가볍게 꾸릴 것이다. 머리와 가슴에 새겨 둬야겠다. 55리터짜리 배낭을 장만해 뒀는데 이보다 더 큰 용량을 구하지 않으련다.
(이 서평은 알라딘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