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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 - Goo Goo the Ca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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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이전에 어딘가에서 이동진 기자가 말한 것 처럼 일본 영화는 어느새 하나의 장르명처럼 대변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으로 불리우는 일련의 영화들을 참 좋아한다. 사건 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영화를 압도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들 말이다. '구구는 고양이다' 역시 그 느낌을 충실히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기에 뭐 당연한 거겠지만.
 
 주인공인 '코지마 아사코'는 천재 만화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버려진 고양이 '사바'를 맡아서 15년간 키워왔지만 마감을 마친 어느 아침 소파 위에서 영원히 잠들어버린 사바를 발견하게 된다. 그 후로 한참을 망설이고 가슴 아파하다가 새로 다른 고양이를 데려오고 그 이름을 '구구'라 짓고 키우게 된다. 그리고 함께 만화를 만드는 네 명의 어시스트. 그리고 나무 위에 올라간 구구를 구해 준 '세이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남'과 '헤어짐'.
사바와의 헤어짐. 구구와의 만남. 아사코와 세이지의 만남. 나오미와 마모루의 헤어짐.
 
 아사코는 구구와의 만남까지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이지와의 만남에서도 역시 서투르다. 눈빛은 처음 본 순간 부터 반짝였지만 막상 취한 척 속옷만 빼고 다 벗어버리기 작전을 시행하는 세이지에게도 그저 얼굴을 돌린채 담요를 덮어줄 뿐이다. 나중에 병에 걸려 입원하게 된 병원에서 자신의 만화를 감명깊게 읽었다며 수다를 털어놓는 간호사에게 '만화는 정작 나를 구원해주진 않았어요'라며 외칠 때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떠나간 고양이를 대신할 새 고양이를 찾는 데에도 수십번의 고민을 하는 아사코, 병원에 있는 아사코를 위해 품에 구구를 안고 온 나오미, 태국에서 온 코끼리를 위해 연습해 태국어로 코끼리에게 말을 걸어주는 청소원. 이런 인물들이 가득했던 이 영화는 참 따뜻한 마음을 선물해주었다. 주인의 인기척이 들리자 자다가 깨어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구구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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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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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이야기 속에서 '교노'는 나눗셈이란 갱들의 몫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한다. 갱들의 내부 분열은 나누어 떨어지지 않아 나머지가 생기는 경우이고, 기껏 훔친 돈을 아무도 손에 넣기 못하면 세상이 미쳐버리기 때문에 0으로는 나눌 수 없다. 그런데 이들에게 0으로 나눠야만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세상이 미쳐버리고 만 것이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이처럼 훔친 돈을 0으로 나누게 되어버린 유쾌한 4인조 은행 강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 사건도 분명 흥미롭지만 제일 재밌게 다가온 것은 인물들의 각양각색의 성격이다.

- 나루세 : 동작, 표정 등을 통해 거짓말을 감지함. 하나를 보여주면 열을 생각하는 성격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4인조의 리더.

- 교노 : 나루세가 교노의 입에서 진실이 나온 적은 없다고 단언하는 굉장한 수다쟁이. 은행 침입시 일장연설을 늘어놓아 시선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모든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자신이 한다. 예를 들어 은행 침입 신호인 "로망은 어디인가!"를 외치는 것도 교노의 몫.

- 유키코 : 정교한 체내 시계를 가지고 있다. 체내 시계를 이용해 완벽한 도주 경로를 제공한다.

- 구온 : 교노의 만담 상대가 되거나 나루세를 보조하는 어린 친구로 소매치기에 능하다. 인간보다 동물을 더 좋아한다. 세상에서 용서할 수 없는 워스트 쓰리는 요리에 들어간 파인애플, 리스크 없는 폭력, 가오루를 괴롭히는 녀석들이고 또 다른 워스트 쓰리는 요리에 들어간 파인애플, 비협조적인 어른, '아까 워스트 쓰리는 그게 아니었잖아'하며 토를 다는 인간이다.

 마치 하나하나 자신의 특성을 살려 웃음을 주는 무한도전 멤버들처럼 이야기 속 4명의 주인공들 역시 살아있는 듯한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으며 걱정되는 것은 범죄를 조금은 가볍게 다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내심 이런 유쾌한 은행 강도라면 있어도 괜찮지 않아?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래도 범죄는 범죄!라며 합리화를 비난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는 그의 다른 소설도 더 많이 접해본 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겠다.

 이전에 읽었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중력 삐에로'와 비교해 본다면 가볍게 읽히면서도 책장을 덮은 후 몰려오는 묵직한 무게감은 덜하지만, 대신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 덕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착은 더 크게 다가온다. (꺄>ㅅ< 교노의 허풍 가득한 연설 한 번 들어봤으면~) 그 때문에 유일하게 속편이 만들어진 소설이기도 하다. 유쾌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을 때라면 이 책을 펼쳐들게 될 것 같다.


( 100113 - 100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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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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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되고 곤혹스러운 쟁점들이 무와 밤으로 해소되었다. (P.35)

 무와 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구의 멸망을 다룬 많은 책과 영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로드'는 그 후의 이야기를 한다. 따라서 다른 이야기들의 중점이 지구가 되는 반면 이 이야기의 중점은 모든 게 사라져버린 지구 위를 살아가는 사람에 있다. 지구는 무언가의 이유로 황폐해졌고 사람은 몇 남지 않았으며 그 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동족을 먹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마음속에 불을 간직한 한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때는 한창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때로, 베스트셀러라는 점에 거부감도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저렇게 인기가 좋은가 싶어 구매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영화가 개봉한 단 소식에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간결한 문체와 짧은 문단을 통해 바쁜 호흡으로 시간을 넘나든다. 중간 중간 소년과 아버지를 위협할 만한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소년과 아버지가 나누는 짧은 대화들이 오히려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혼자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마음에 불을 간직한 여리고 앙상한 소년과 그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힘을 기울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아마 큰 힘이 될 것이다. 내 안에도 불이 하나 타오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함께 있고 싶어요.
 안 돼.
 제발.
 안 돼. 너는 불을 운반해야 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
 모르긴 왜 몰라.
 그게 진짠가요. 불이?
 그럼 진짜지.
 어디 있죠?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왜 몰라.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내 눈에는 보이는데. (P.312)




( 100104 - 100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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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Sherlock Holm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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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 관람했다. 화면 속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홈즈와 왓슨은 흥미로웠고 그들이 파헤치는 음모의 주인공인 블랙우드도 홈즈의 상대라 하기에 충분한 위엄을 보여주었다. 

 나는 셜로키언까지는 못되지만 그래도 홈즈 시리즈 전 권을 탐독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차례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팬 정도는 될 것이다. (사실 기억력이 좋지 못해 몇몇 장면으로만 내용을 기억하기에 읽을 때마다 새롭다. 하하하 -_-;) 물론 책 속의 홈즈를 재현해주길 원했던 사람들에겐 충분치 못했을 수 있다. 추리보다는 액션 쪽이 훨씬 부각된 연출이었고 홈즈는 조금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캐릭터가 되어버렸으니. 하지만 이 영화를 홈즈의 또 다른 변주 정도로 생각하고 본다면 웃으며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추리적인 부분이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의 홈즈는 독자가 파악할 수 없는 부분까지 섭렵한다. 예를 들면 담뱃재, 먼지, 바닥에 떨어진 흙 등등만으로도 그는 무수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추리에 단서가 되는 정보들을 좀 쉽게 흘려 준 느낌이다.



 그에 반해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시대적 배경이 되는 근대 런던 거리의 모습들이었다. 무채색의 베이커 가, 말과 마차로 이동하는 사람들. 영국 신사들의 챙 높은 모자. 거기에 배우들의 영국 냄새 폴폴 나는 발음까지 더해지니 셜록 홈즈의 분위기가 진한 듯 느껴졌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속편에서는 이 거리를 뛰어다니는 이레귤러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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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다 케이스케 지음, 고정아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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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찾게 된 오래된 파우치 속 휴대용 자전거 공구. 그 발견으로 어린 시절 불편해서 타지 못해 그대로 창고에 처박아두었던 경주용 자전거 '비양키'를 다시 꺼내 새롭게 손질하고 수선한다. 그 다음날 학교에 자전거를 끌고 가 아침 육상부 연습에 참여했다가 하게 된 심부름 때문에 멀리까지 나왔다가 그냥, 괜히, 훌쩍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떠난다.

 첫 교시 수업 전까지만 행방을 감추자.    (P.25)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혼다'의 달림의 시작은 위의 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평소의 생활 반경에서 벗어난 광경은 조금 생경하기도 하고 표지판의 지명들도 낯설다. 그러다 저 곳까지 가볼까 해서 조금 더 멀리,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조금 더 가볼까 해서 더 멀리, 그렇게 페달을 하나하나 밟아나간다.

 나는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페달 회전이 쌓이고 거듭되어 100킬로, 1,000킬로로 이어졌을 뿐이다. 음식물이 연료가 되어 몸을 움직인다. 그 단순한 공식은 달려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P.143)
 그렇게 '혼다'는 도쿄에서 아오모리의 최북단, 그러니까 바다 건너 홋카이도 섬이 위치한 그 지점까지 비양키를 타고 달린다. 철저하게 혼자서 자전거로 국도를 타고 달리는 고독한 일주일간의 여정을 1인칭의 조금은 건조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완벽한 일탈의 순간. 혼자 문득 이유 없이 떠나는 여행을 동경하면서도 두려움이 앞서 이런저런 핑계로 여태까지 한 발자욱도 떼어 보지 못한 내게 그런 그의 모습은 또다시 동경의 대상이자 자극원이 되었다.

 가까이에서 엔진 소리와 함께 트랜스뮤직의 중저음이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아까 식당에서 본 그 커플이 검정색 BMW를 타고 천천히 페리로 다가가고 있었다. 흘낏 본 뒷좌석에는 쿠션과 티슈와 과자봉지가 어지러이 널려 있다. 그들은 어딜 가든 언제든 자신들의 방에 있는 것이다. (P.145)
 일상, 가장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벗어남, 어긋남, 낯설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위와 같은 일침을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일상과 연결되는 하나의 수단이 있다. 바로 여행 중 가끔 전원을 켜 보는 휴대폰이다. 이 휴대폰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도 대화도 일체 없는 여행 속에서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은 여자 친구인 세나, 같은 육상부 부장인 키요양,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으로 동창회에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스즈키 세 명이다.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신과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 그들과의 문자를 통한 소통은 혼다에게 조금은 의미 없이 느껴지기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치부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쩜 일탈이란 단어는 일상이 존재하기에 성립되는 단어이지 않을까?

 무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에 익숙지 못한 지리나 지명들로 실감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나름 나 자신 또한 이곳에서 부산까지, 또는 목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는 상상과 함께 읽어나가니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지도를 첨부하거나 지명들의 번역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다면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바라보는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결심 하나만 있으면 떠날 수 있을 듯 한 여행길을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 091225 - 09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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