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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ㅣ 미래그림책 24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를 보면 어서 빨리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과 제목이 주는 기대감에 펼친 책 속의 내용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느 나라인지 모를 시골마을의 가난한 한 가족의 일상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편안하게 읽혀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구만 마을의 버찌를 팔러 장에 따라 나간 주인공(야모)은 형 대신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형이 했던 일인데, 올해 형은 군인이 되어 전쟁에 나갔습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 이 책 마지막이 주는 비극을 예감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형 대신 장에 나간 야모는 자두를 파는 아빠보다도 먼저 버찌를 모두 팔고, 바할(봄이라는 뜻)이라 이름 붙인 아기양까지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가난하지만 조금씩 희망을 가꾸어 나가는 가족과 봄이면 버찌며 자두며 피스타치오 꽃이 피는 예쁜 파구만 마을이 마지막 장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모두 사라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책은 1985년에 아프카니스탄을 여행한 고바야시 유타카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소련의 침공과 그 후의 내전이 가장 극심하던 때입니다. 책이 쓰여진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아프카니스탄은 여전히 전쟁상태 그대로 입니다. 그 잘난 부시의 군대가 스스로 테러지원 집단이라고 규정지었던 탈레반 정권을 몰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 또 끓어오르네"
전쟁은 모든 의미있는 것들을 소멸시킵니다.
전쟁은 어떤 의미있는 것들도 생산해 내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중입니다.
7살 딸에게 야모와 아기양 바할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구만 마을의 버찌와 예쁘게 색칠된 자연을 모두 없는 것으로 만든 이 책의 마지막 줄은 정말 읽어 주기 힘든 문장입니다.
"그해 겨울, 마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