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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평점 :
* 본 리뷰는 가제본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창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하였습니다 *
고3 수험생활을 하는 십대 청소년의 불안을 판타지로 풀어가는 보린의 장편소설 ‘ 큐브 ’가 출간될 예정이다. 창비 청소년문학 소설은 출간되기 전 홍보용 가제본을 인스타그램 등으로 배부하는 이벤트를 한다. 젤리곰과 부유하는 소년이 그려진 표지가 재미있어 보여서 신청하게 되었다.
독감에 걸려 몽롱한 정신으로 책상 위에 엎드려있던 연우는 눈을 떴을 때 이상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교실의 풍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일정 범위 이상으로는 나갈 수 없고 주변의 친구들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다시 처음과도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 다 먹은 유부초밥 도시락과 어질러진 교실이 처음과 같은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연우는 누가 자신을 이 공간에 데려다 놓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모두와 격리된 상태로 줄곧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성친구 해곤을 떠올리다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만 큐브 안에 갇힌 연우는 해곤을만날 수 없다. 감정이 요동치고 견디기 힘들만큼 강한 복통을 느꼈을 때 연우는 큐브에서 풀려나게 된다. 해곤과 연우의 아버지는 1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연우가 무척 반갑고 기쁘지만 연우의 상태를 걱정하며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친다.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의 1년이 흘러가버린 상황에서 연우는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수능을 보기 위해 준비해왔는데 더는 고3이 아니게 된 상황에서 연우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 고민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로를 설계했던 당시의 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구체적인 것이 정해지지 않아 막막함을 느꼈다. 아직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하는데 지금의 판단으로 앞으로의 미래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신 내용과 사회 수업 수행평가를 하면서 느꼈던 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영향력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지금의 직업인 초등교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교육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이고 나이브한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간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결정이었다고 느낀다.
연우도 담임 선생님이 조언해주신 H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학을 안가기로 한 해곤은 해변의 서퍼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해곤과 사귀고 싶지만 해곤은 연우가 대학에 진학하면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연우는 해곤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생업인 문어낚싯배 운영과 지역 공무원이 되는 삶을 생각한다.
불안정해보이는 연우를 주변 사람들은 걱정한다. 해곤은 자신을 위해 남기로 한 연우가 탐탁지않다.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는 이유가 자신이라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큐브에 갇혀 있었던 1년 동안 불안장애 증상이 생긴 연우는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돕는 젤리곰 없이는 10분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해곤의 마음을 얻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언제나 쾌적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젤리곰 없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다.
나에게도 약간의 불안과 강박이 있다. 약물로 치료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평범함 보다는 조금 과한 상태인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항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짐이 많다. 젤리곰을 떨어뜨릴 수 없는 연우의 마음에 공감이 되었다. 더울 땐 덥지 않도록 손풍기, 손수건, 얼굴의 유분기를 제거해주는 파우더 등을 챙기고 추운 날씨인 요즘에는 장갑, 목도리 등을 항상 준비하며 춥지 않도록 여러 겹의 옷을 단단히 껴입는다. 또 혹시나 아플 때를 대비해 약간의 상비약을 가지고 다닌다.
불편하지 않도록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일상의 작은 불편함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때문이라고 상담사 선생님이 말씀해준 적 있다.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버텨보라고 조언해주셨는데 때때로 공황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아 잔뜩 겁이 난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들여다보며 감정의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면 잦아들 때도 있지만 불안을 야기하는 환경 요인을 소거하기 전까지는 패닉에 빠진다.
보린 작가의 곧 출간될 소설 ‘ 큐브 ‘에서 언제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젤리곰은 영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의 불안은 없애주지만 성장과 탄생을 막는 걸림돌이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감수하고 지금의 상태에서 한 발짝 더 내디뎌야 했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시리즈로 곧 출간될 ‘ 큐브 ’ 가제본 서평단으로 책을 읽으면서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청소년 문학을 읽을 때는 직관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기 쉽고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버텨내고 나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를 힘들게하는 문제와 어려움을 극복한 미래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힘들지만 내 상태와 감정을 알아주면서 가기로 한 방향을 향해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히 준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