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희의 어려움은 그녀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 역할을 거부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소설 쓰기에 천착한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작희의 소설 쓰기에 대한 사랑은 작희의 어머니 종숙으로부터 이어져왔다. 종숙도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을 운영하며 많은 문인들과 학자들을 지원했다. 종숙은 작희가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길 바라며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곳을 떠나 더 넓은 곳에서 배우기를 꿈꾸었다. 종숙을 걱정하는 작희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종숙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작희는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멋진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오늘날에는 많은 것이 나아지고 바뀌어가고 있지만, 과거 종숙과 작희처럼 꺾여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여성화가 나혜석이 떠올랐다. 나혜석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위해 유학에 다녀왔지만 항상 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며 사회가 그녀의 작품 활동과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았었다.
비록 부당함을 겪고 끝내 이겨내지 못했음에도, 작희의 삶은 비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당당하게 빛난다.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인물의 마음에 공감하며 화가 나는 이야기였지만 한 번도 놓지 않고 단번에 읽었다. "그게 끝이야. 그때 느꼈단다.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p.217)"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많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해내는 작희가 너무나 멋졌다.
"저는 패배했어요. 세상에 졌고, 제 글도 저 때문에 패배한 게 맞아요."
계연이 발을 멈추고 작희를 보았다.
"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 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 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사는 거다."
작희는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쓰는 여자 , 작희 / 고은규 / 교유서가 / p.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