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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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소설작품 고은규 작가의 책 ' 쓰는 여자 , 작희 '를 교유서가 출판사를 통해 받아서 읽게 되었다. ' 쓰는 여자 , 작희 '는 여성작가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과거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사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작가의 작품과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졌다. 우리나라도 여성은 개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보조적인 존재로 여겨져왔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가부장제도 안에서 억압받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작가 작희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립운동 때문에 어머니의 친정이 풍비박산나고, 아버지는 경제적인 능력 없이 겉돌며 여성 편력이 있다. 아버지는 작희를 고리대금업자의 후처로 보내려고 하고 작희는 아버지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저항한다. 작희는 외삼촌이 어머니에게 빌려준 서점에서 차와 책을 판매하며 작품 창작 활동을 한다. 그러다 작가 오영락으로부터 여러 번 도움을 받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문인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오영락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근데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거예요?"

미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작희는 뜸을 들였다.

"내가 너무 멍청한 질문을 했나요?"

"아니요. 그 질문이 반갑네요……"

"……"

"내가 왜 글을 쓰냐면…… 나만 아는 세계가 있어요. 그 세계를 여럿이 함께 알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하면 이해가 되나요?"

쓰는 여자 , 작희 / 고은규 / 교유서가 / p.216

작희의 어려움은 그녀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 역할을 거부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소설 쓰기에 천착한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작희의 소설 쓰기에 대한 사랑은 작희의 어머니 종숙으로부터 이어져왔다. 종숙도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을 운영하며 많은 문인들과 학자들을 지원했다. 종숙은 작희가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길 바라며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곳을 떠나 더 넓은 곳에서 배우기를 꿈꾸었다. 종숙을 걱정하는 작희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종숙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작희는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멋진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오늘날에는 많은 것이 나아지고 바뀌어가고 있지만, 과거 종숙과 작희처럼 꺾여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여성화가 나혜석이 떠올랐다. 나혜석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위해 유학에 다녀왔지만 항상 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며 사회가 그녀의 작품 활동과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았었다.

비록 부당함을 겪고 끝내 이겨내지 못했음에도, 작희의 삶은 비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당당하게 빛난다.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인물의 마음에 공감하며 화가 나는 이야기였지만 한 번도 놓지 않고 단번에 읽었다. "그게 끝이야. 그때 느꼈단다.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p.217)"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많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해내는 작희가 너무나 멋졌다.

"저는 패배했어요. 세상에 졌고, 제 글도 저 때문에 패배한 게 맞아요."

계연이 발을 멈추고 작희를 보았다.

"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 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 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사는 거다."

작희는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쓰는 여자 , 작희 / 고은규 / 교유서가 / p.249

작가의 작품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 퇴마 이야기로 시작하여 여성작가 종숙과 작희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가부장제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돈이 되지 않는 소설 쓰기에 골몰하는 현대 작가 은섬으로 이어진다. 작품을 통해 대가를 얻으려하기 보다는 글쓰기 행위에 집중하며 자신의 작품을 창조한 인물들을 통해 계속해서 써야겠다는 의지를 새길 수 있었다.

창작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나도 매일같이 글을 쓸 것이다. 시대적 억압과 잘못된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자신의 삶으로서 꺾이지 않는 정신을 보여준 작희와 종숙처럼 나도 쓰고 싶은 이야기를 탐색해가며 창작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본 리뷰는 교유서가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coin116/22350320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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