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출판사, 카카오페이지에서 주관하는 공모전 '영어덜트 소설' 대상 수상작인 『터널103』 서평단 소설 Y클럽에 선정되었다. 독특하게도 스위치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었다. 가제본을 읽고 총 세 가지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미션 1은 수령 인증샷이고 미션 2는 책 서평, 미션 3은 나라면 터널을 나갈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쓰는 것이다. 미션2는 SNS와 온라인 서점에 글을 올려야 하는데 가제본인지라 아직 책이 검색되지 않아 어떻게 올려야 할 지 난감하다. 리뷰가 아니라 그냥 게시글처럼 쓰면 되려나? 어제는 인증샷을 찍어 개인 SNS 계정에 올려서 미션 1을 인증하였고 오늘 미용실에서 볼륨매직을 받으면서 긴 시간 동안 책을 죽 읽어나갈 수 있었다. 


 첫 장면은 터널 속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워지고, 바닷물로 인해 터널이 언제 붕괴할 지 모르는 위험에 직면하면서 터널을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된다. 터널 밖에는 무피귀가 있어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는 촌장의 반대로 무산되고 만다. 폐렴으로 편찮은 어머니를 위해 주인공 다형은 페니실린을 주겠다는 촌장의 제의로 목숨을 걸고 항구로 나가 차폐문을 여는 일을 맡는다. 무피귀는 사람보다 몸집이 크고 살아있는 생물을 공격하며 잡아먹는다. 무피귀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무피귀로 변하게 된다. 


 터널 밖은 위험하지만 터널 밖을 나가고 싶었던 다형은 터널 안에서는 알지 못했던 바깥 세상을 탐색한다. 무피귀들에게 공격받고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사건을 겪는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진실을 마주하기도 하고 무피귀보다 더 큰 위험을 만나기도 한다. 독특한 점은 이 소설에서는 무피귀가 일종의 다른 종류로써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괴물이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른 생김을 갖고 변화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람들로부터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대부분 생명을 공격하는 괴물로부터 벗어나야하기 때문에 책 속의 전개는 급박하고 활동적이다. 괴물들의 공격을 피해 화살을 쏘거나 수리검도 날리고 주변의 지형이나 사물들을 활용하여 위기에서 벗어난다.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듯하여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소설이구나 알 수 있었다. 최근 김칸비 작가님의 웹툰 「스위트 홈」이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되거나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가 화제였다. 「스위트 홈」과 「경성크리처」와 같이 괴물을 피해 생존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위 크리처물 장르로써 『터널 103』도 영상화되어 화제가 될 수도 있겠다.


 계속 움직이는 이야기다 보니까 약간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내 개인적인 취향이 마구 돌아다니는 류의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검은과부거미를 닮은 섬 이곳 저곳을 탐색하며 모두의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 결말은 꽉 닫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비춘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지만 고생한 다형과 승하가 싱아와 함께 직면하는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 같다. 승하와 싱아도 독특한 배경과 이력을 지녔는데 이 두 인물에 얽힌 이야기가 책 속의 중심 사건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소설 Y 클럽의 독특한 굿즈인 클럽 티켓에 별점과 한줄평을 작성해 보았다. 3.5점, "괴물들의 변주가 재미있다."로 마무리한다. 가제본이어서 그런지 아직 편집이 덜 된걸까? 문장이 불분명하게 느껴지거나 길이가 길어 나누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유도 좀 많게 느껴졌다. 67쪽에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뭐지?' 낙하하던 단두대의 칼날이 돌연 중력을 잃은 것처럼, 닫히던 무피귀의 턱이 갑자기 멈추었다." 등이다. 박진감 있고 이에 따라 긴장감이 주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뜬금없이 비유가 끼어 있어 이야기 속도를 늦추고 진행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것도 내 개인적인 선호의 영역이고 정답이 아니다. 누군가는 급박한 상황을 빠르게 읽기 보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비유적인 표현들을 더 좋게 느낄 수도 있으니까. 아마 내 성격이 급한 탓이겠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을 읽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작가님의 친필 편지에서도 두근두근하고 설레는 마음이 전해져온다. 267쪽의 분량 동안 급박하게 전개되는 사건들의 흐름이 인상적이었고 영상을 보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졌다. 기존 영어덜트 소설 대상 수상작은 SF나 판타지적 요소가 있었는데 호러 장르 중 크리처물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독특했다.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책이라 애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조금 잔인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요새 애들 '오징어 게임'도 보고 다 보는 데 뭐. 하긴 '오징어 게임'도 이제 예전 컨텐츠이니까 요새 애들이라고 하면 안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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