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많이 하면 수학도 잘 하게 된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한국인만큼 영리하고 핀란드인만큼 우수하다.” - 타게스차이퉁

 

 

풍부한 창의력과 자율성, 원칙을 가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일의 학교상’을 제시하는 학교, 헬레네 랑에 학교 이야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헬레네 랑에 학교의 혁신은 2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 혁신 모델로 자리잡았다. 이 유명세는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독일 내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사와 학생 개개인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그야말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모두의 부러움을 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혁신에 대한 본격적인 시도는 이제 갓 5년을 넘어서는 정도다. 이 열정을 꾸준히 이어가더라도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더 지나야 제대로 된 학교 혁신 모델로 인정받는 학교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최후의 보루는 교사들의 협동

 

헬레네 랑에 학교의 성공은 개혁의 선봉에 선 에냐 리겔 교장 선생님의 열정과 전체 교사진의 열정과 협동이 주된 요인이 되었다. 이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학교 개혁은 절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일의 경직된 교육 시스템에 때론 맞서고, 때론 설득하며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원칙과 열정을 이어갔다. 교사야말로 학교 혁신의 선봉장이자 최후의 보루임에 틀림없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시민들의 협동이라면 공교육 최후의 보루는 교사들의 협동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혁신학교 교과서

 

지금 무너진 공교육 시스템, 그러니까 매년 수만 명의 학교 중퇴자를 양산하고, 수백 명의 학생을 자살로 내몰고, 교사와 학생 간 그리고 학생들 간의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우리 교육 현실에 ‘혁신학교’는 주요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혁신학교를 꿈꾸는 교사와 부모, 교육관계자들에게 이 책의 저자이자, 헬레네 랑에 학교의 전 교장인 에냐 리겔은 학교 혁신의 경험을 풍부하고 현실감 있게 전하고 있다. 그녀의 담담한 필치에서 전해지는 열정과 의지는 이 책의 독자들에게 변화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왜 헬레네 랑에 학교인가?

 

 

“우리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얻은 중요한 깨달음은 바로,

여러 시도와 실패의 경험들을 거치면서도

이 꿈이 그 신비를 잃지 않고 점점 구체화되고 탄탄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학생과 교사가 날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꿈꾸었습니다.

“내가 이곳에 있어 참 좋다.”라고 느껴지는 곳 말입니다.

우리는 물론 좌절의 경험 앞에서 실망도 했고 심지어 의심도 했습니다.

이 같은 순간마다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새롭게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니라 이 꿈과 그 첫 열매들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꾸었던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단지 훌륭한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는 헬레네 랑에 학교가 그리 큰 주목거리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널리 알려진 대안학교를 비롯해 최근에는 핀란드 교육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고 학생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교육방식이 국내에 소개되었고, 이에 많은 이들이 큰 관심과 호응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적인 교육이라 하더라도 늘 ‘우리의 교육현실’이라는 장벽 앞에서는 오르지 못할 산처럼 느껴진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공립학교인 헬레네 랑에 학교는 우리와 닮은꼴로서, 험난한 학교 혁신의 과정을 겪고 마침내는 이상적인 교육을 실현한, ‘혁신학교’의 본보기로서 우리에게 수많은 힌트와 경험을 제공한다.

 

독일의 학교 체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낙제점을 받아왔다. 재정 부족, 교사수의 부족, 과도한 학습량 등 모두가 입을 모아 문제점을 늘어놓았다. 헬레네 랑에 학교는 이처럼 우리나라와 비슷한 교육환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학교운영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발전시켰다. 그 동안 독일 내에서도 헬레네 랑에 학교가 추진한 교육정책과 학교운영 방침에 대해 온갖 불신과 의심이 팽배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이례적인 학교 혁신을 시도한 결과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실의 하나로 헬레네 랑에 학교는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독일 내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이를 두고 “혁신학교 하나가 거의 모든 것을 정규학교와 반대로 하더니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다.”라고 평했다.

 

‘혁신학교 만들기’라는 이 시대의 과제를 앞에 두고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볼 때 헬레네 랑에 학교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하나의 완결된 모형을 한순간에 이루어냈다기보다는 여러 교육이론과 착상들을 한데 모으고 시도해보면서 ‘자기 자신만의 작품’이 되도록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를 꿈꾸는 교사와 부모, 교육관계자들에게 이 책의 저자이자 헬레네 랑에 학교의 교장이었던 에냐 리겔은 학교 혁신의 과정과 경험을 풍부하고 현실감 있게 전해주는 동시에 믿음과 용기를 주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헬레네 랑에 학교는

 

5~10학년(10~16세) 학생들이 다니는 종합학교다. 재학생은 620여 명가량 되고 각 학년은 4개 반으로 모두 24반(학급당 인원수는 26명)이다. 매 학년의 4개 반은 각각 6~8명의 교사팀이 맡아서 가르친다. 1980년대 중엽 당시 부임한 에냐 리겔 교장의 주도하에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온 이례적인 혁신 작업으로 독일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전통적인 학교를 내적으로 쇄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어 왔는데, 헬레네 랑에 학교는 이 전통의 맥에서 독특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현대적 혁신학교라 할 수 있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는 프레네나 발도르프 교육 같은 전통적인 혁신교육의 사상적 모티브들을 풍부하게 찾아볼 수 있는가 하면 이 학교만의 시각에서 개척된 신선하고 독창적 면모들을 풍부하게 만나볼 수 있어 놀랍다. 2003년 리겔 교장의 은퇴 후에도 혁신활동은 또 새로운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 현대적 혁신학교들은 많지만, 그 면면을 개혁자 자신의 살아있는 필치로 이렇게 자세히 소개한 책은 그리 접하기 쉽지 않다. 일상적 어법으로 담아낸 수많은 이야기들은 혁신학교를 위해 용기 있는 행보를 시작한 우리나라 혁신학교들에게 생산적 자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헬레네 랑에 학교는 이제 하나의 유력한 혁신학교 모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혁신학교 만들기에는 두 가지 길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가능한 한 하나의 완결된 모형을 찾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착상들을 한데 모아 실현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점에서 헬레네 랑에 학교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 안에서 여러 모형 이론과 착상들이 작용했지만 결국에는 이런 것들을

자기 자신의 작품이 되도록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를 꿈꾸는 우리나라 교사들에게도 충분히 시사적인 대목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나?’ ‘학생과 교사, 부모 모두가 행복한 교육은 과연 무엇일까?’

 

오랫동안 묵어온 이러한 물음들이 최근 ‘혁신학교’라는 틀을 만나면서 물꼬가 터진 듯 솟구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경쟁교육은 이미 도처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학교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이러한 때에 맞추어 교육과 배움에 관한 철학과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행하고 있는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판으로 혁신학교의 철학과 지향에 대해 알리는 책들도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교육철학에 대한 소개를 넘어, 실제 교육현장에서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경험과 사례이다. 특히 기존의 교육방식과 체계가 굳어져 있는 우리 학교의 경우 원칙이나 당위보다는, 그것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과 사례가 실제로 쓸모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 수업방식을 고수하던 독일의 한 전형적인 김나지움이, 저마다 강점과 약점을 지닌 학생들 개개인이 중심에 서는 혁신학교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읽기와 쓰기를 익히도록 하는지,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와 책임의식을 어떻게 알려주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즐겁고 재미있게 ‘삶을 위한 공부’를 하는지, 학부모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협동해나가는지 등 “내가 이곳에 있어 참 좋다.”라고 느껴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여러 과정과 작업들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전해줌으로써, 학교를 혁신하는 일이란 하나의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그것을 이루어내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임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헬레네 랑에 학교는 무엇이 다른가?

 

 

 

“학생들 개개인이 중심에 서는 개별화된 수업을 하기 위해 우리는

전혀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해내야 했습니다. 연필과 종이 그리고 기존의 교과서만으로는

모든 아이들에게 합당한 수업을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머리뿐 아니라 가슴과 손 그리고 모든 감각을 이용한 수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학생들이 더는 수동적인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주체로서,

학교문 밖 실제 삶의 현장으로 나가보고, 연극을 하고, 실험을 하고, 작업실에서 아름답고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통해 전인적인 배움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배움은 될 수 있는 한 모든 아이들에게 하나의 도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삶을 위한 공부” “배움의 주인이 되는 교육” “꿈을 심어주는 교육” 헬레네 랑에 학교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또 아이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서머힐과 프랑스의 프레네 학교와 더불어 유럽에서 대안적인 교육을 하는 학교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헬레네 랑에 학교가 이처럼 주목을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헬레네 랑에 학교가 학교 혁신에서 주요하게 여긴 출발점은 획일적인 교육을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생 각자의 관심사와 꿈을 고려해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는데, 이것이 바로 기존의 커리큘럼 대신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트 수업을 도입한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이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하고 실제 모형을 만들어보는 등의 작업을 통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체험을 한다. 학생들 누구나 ‘내가 수업시간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까닭은 이처럼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와 생각을 탐구하고 실현해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교육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헬레네 랑에 학교의 학생들은 스스로 교실 청소를 하고 그로 인해 절약한 돈으로 연극연출가, 가수, 요리사와 수공기술자 등 여러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학생들의 성적을 점수로 평가하는 제도를 없앴으며, 교사들이 팀을 이루어 공동체로서의 연대를 느끼며, 자신의 학급을 5학년부터 10학년까지 6년간 책임지고 맡는다. 또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몇 주 동안 연극작품을 연습하고 공연을 하며, 네팔의 한 작은 마을과 자매결연을 하고 구호활동을 벌인 결과 9개의 학교를 짓기도 했다. 이처럼 헬레네 랑에 학교의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 학생 간에 교사 간에 서로 돕는 연대의식, 평범하지 않은 학교 일상이라는 교육환경에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삶을 위한 공부’를 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이밖에도 자유글쓰기나 연극 활동, 학교 문을 나서서 배우는 실천학습, 상상력과 침묵 훈련 등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에 대한 실제 사례와 경험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교육 내용들을 실현 가능하도록 하는 학교의 일상생활과 운영체계에 대해 알려준다. 연대를 이루는 교사공동체나 학업성적의 평가방식, 학교 공간의 구성, 교육적 시도를 위한 재정운영에 관한 문제 등 단순한 교육내용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학교 운영에서 학생과 교사, 부모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에 대해 주요한 점들을 짚어주며 이때 생기는 고민과 갈등, 해결의 지점들을 상세히 알려준다.

 

▣ 저자와 역자

 

지은이 에냐 리겔

 

10년간 다양한 학교에 재직했으며, 이어서 4년간 헤센 주 교육계획 및 학교개발연구소에서 일했다. 그 뒤 19년간 비스바덴의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 교장직을 수행했고 지난 2003년 2월에 은퇴했다.

 

옮긴이 송순재

 

길이 열리는 대로 이곳저곳에서 철학과 신학, 교육학 등을 공부했다. ‘학자로서 이 시대를 산다는 게 무언가’ 하는 생각이 깊어져 때때로 이른바 ‘정도’와는 다른 길을 찾아다녔다. 지난 1990년 중반부터 친구들과 같이 대안교육운동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혁신학교 운동도 거들고 있다. 십수 년 전부터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 ‘학교교육연구회’ 같은 모임도 꾸려 ‘교사로 산다는 것’ 혹은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고 씨름해왔다. 최근 펴낸 책으로는 《교사, 대안의 길을 묻다》 《아이들이 위험하다》《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교육》 《상상력으로 교육에 말걸기》 등이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이자 서울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다.

 

▣ 차례

 

한국 독자들에게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01.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

- 읽기와 쓰기 배우기

02. 학생생활나눔터의 나무 한 그루

- 프로젝트 수업과 교과수업에서 하는 실천학습

03. 네가 만일……

- 상상력과 학습

04. 진지하게 대화하기

- 종교수업

05. 다투고 화해하기

- 민주주의와 책임의식 배우기

06. 학교 문을 나서서

- 실제 상황에서 배우기

07. 연극을 많이 하면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116

- 무대가 곧 학교다

08. 문 걸어 잠근 나홀로 교사를 대신해 140

- 연대를 이룬 교사공동체

09. 실력이 인정받는다 162

- 학업성적의 평가

10. 내가 속한 곳은 여기야 190

- 학교에서의 의례

11. 우리가 개입한다 210

- 사회정치적 참여 :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

12. 벽을 허물기 226

- 공부하고 함께 사는 공간

13. 기업으로서의 학교 238

- 부수입 직접 창출하기

14. ‘학교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세요! 252

- 학부모들과의 협동과 갈등

15. 평가하기 276

 

-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육의 질 보장

추천사 | 바깥에서 본 교장선생님

감사의 말

 

▣ 본문 중에서

 

숲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자라는가? 6학년 C반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6학년 담당 교사들은 다양한 질문들 가운데 이 질문을 꼽아 놓았다. 교사들은 공동으로 프로젝트 초안을 만들고 이 초안에 의거하여 앞으로 몇 주간의 수업을 계획한다. 우선 질문에 걸맞는 연구방법과 수행과정에 대해 논의한다. 질문 옆 빈칸에는 “나무, 동물, 식물과 강의 종류에 대한 탐구”라고 쓰여 있다. 그 옆에는 학생들이 무엇을 관찰하고 창조할 수 있을까를 예상한 긴 목록이 적혀 있다. “생태계 균형에 대한 관점 키우기 - 개체 수 조절의 원인과 결과”라고도 쓰여 있다. 교사들은 주요 질문에 대하여 자기가 맡은 교과목 영역과 관련지어 성급히 해답을 도출하는 대신, 학생 개개인과 탐구모둠, 그리고 교사모둠의 관심을 한껏 불러일으켜, 실천학습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둔다. pp.33~34

 

에산과 브뤼안 반 아이들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교사가 가르쳐준 것 이외에 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는 데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교사가 도움을 주거나 지시 혹은 조정을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당황하지 않는다. 브뤼안은 혼자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짝꿍인 에산에게 묻는다. 에산도 모르면 둘이 같이 그 반에서 수학을 가장 잘하는 아이에게 가서 묻는다. 그 아이도 모르면 그제야 셋이서 교사를 찾아가 묻는다. p.48

 

반다는 몇 주에 걸쳐 수학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서 수공업자의 쪽지 역할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극연습 말고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숙제도 안 했다. 적어도 수학과외라도 받으라던 선생님들의 조언(“지금 이러면 나중에 큰일 난다.”)도 무시했다. 그 해 말, <한여름밤의 꿈>은 성황리에 상연되었고 학교 역사에 길이 남을 무대였지만 반다의 수학성적은 두 단계나 하향 조정되었다.

3년 뒤, 다른 학생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오르던 어느 날, 반다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반다는 10학년을 마치고 김나지움으로 올라갔고 몇 주 후면 아비투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녀는 동급생 가운데 아주 우수한 학생 중 하나다. 막이 내리자 반다는 무대 뒤로 가 장미꽃을 한 아름 안겨주며 후배들을 격려한다. 꽃다발에는 다음과 같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학교에서 성적 잘 받고 싶으면, 죽도록 연극을 하렴!” pp.138~139

 

사실 우리는 모두 독일 연방 내 모든 주의 교육과정이 얼마나 과중하게 편성되었는지를 알고 있다. 1990년대 초 헤센 교육부장관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짜서 새로운 교육과정안을 내놓으려 했다. 그때 그는 자기가 기존 교육과정을 꽤나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거기 나온 내용을 제대로 배우려면 의무교육을 20년으로 연장해야 되겠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볼 때, 교사들이 아예 처음부터 어떤 내용을 그냥 넘어가고 어떤 것에 더 무게를 실을 것인지, 어떤 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룰 만한지 등을 심사숙고해서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겠는가? p.149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