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가 공지영이 추천하는 입양, 그리고 가족 이야기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는 부란이와 서란이, 쌍둥이 자매가 스웨덴 부모에게 입양된 실화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부란이와 서란이를 입양한 슐츠 부부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다. 자매는 1982년 우리 나이로 세 살 되던 해에 스웨덴으로 입양되었고, 스물여덟 살이 된 지난해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친아버지와 친척들을 만났다. 그때 한국의 가족에게 줄 선물로 들고 온 것이 바로 이 그림책이다.

 

슐츠 부부는 부란이와 서란이를 데려 가려고 한국에 왔을 때, 쌍둥이가 머물던 보육원과 입양가정을 방문했고 사진에도 담아 갔다. 그 덕분에 1980년대 초반 부산의 모습과 서울 변두리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고, 그 시절 입양 과정도 알 수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의 말’과, 어린이재단 나눔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공지영의 ‘추천사’, 그리고 ‘입양가족 수기’ 두 편을 실었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나아가 입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에 나오는 열악한 보육원 모습이나, 쌍둥이 자매가 부모가 생존해 있음에도 해외로 입양된 것 등은 지금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요즘 대다수 보육원은 아이들에게 여느 가정 못지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으로 인해 또 다른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란다.

 

2. 작품 내용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도입부에서는 부산 시내의 이른 아침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터와 학교로 가려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차들로 시끌벅적한 아침을 맞고 있는 부산. 같은 시간에 부란이와 서란이, 쌍둥이 자매는 바구니에 담긴 채 병원 복도에서 발견된다. 아기들의 부모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쌍둥이는 곧 경찰서로 보내졌고, 다시 보육원으로 옮겨졌다. 한 방에 열네 명의 아기들이 지내는 보육원이 부란이와 서란이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세 살 되던 해, 보육원을 떠나 입양 전에 잠시 머물게 된 서울의 위탁가정으로 향한다. 그날 함께 지내던 수녀님과 친구들의 작별인사는 듣는 둥 마는 둥, 철부지 쌍둥이 자매는 처음 타보는 택시에 올라 마냥 신이 났다. 그리고 마침내 스웨덴인 양부모를 만나 머나 먼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쌍둥이 자매는 스웨덴으로 떠나는 순간에도 위탁모가 사 준 새 옷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 땅에서 가족을 얻지 못한 쌍둥이 자매는 그렇게 스웨덴에서 새로운 가족과 친척을 얻게 된다. 부란이와 서란이는 마땅히 있어야 할 부모를, 슐츠 부부는 얻고 싶었던 아이를 얻게 된 것이다.

 

3. 추천사 - ‘가족이란 무엇인가?’ (공지영)

 

우리 역사를 봐도 입양은 지금만큼 낯선 것이 아니었다. 소설가 공지영 님의 추천사 일부를 옮겨 본다. 입양에 대한 거부감은 ‘나눔의 문화’ 대신 자리하기 시작한 근대의 궁핍한 개인주의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에도 어른들은 집 앞에 버려진 어린 아이를 ‘업둥이’라는 이름으로 거두었고, 그 아이를 거두지 않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습니다. 그때에는 소위 핏줄이라는 것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던 때인데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그것이 하늘이 준 인연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중략)

 

혈연이라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도 있겠지요. 물려줄 왕관과 계승할 영토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이 책은 던집니다. 우리가 물려줄 왕관과 영토, 그것은 아마 사랑이며 거기에는 어떤 인종적 혈연적 국경도 자리할 수 없습니다. 새삼 슐츠 부부에게, 잘 자라준 부란이와 서란이에게 감사하고 싶어집니다. 그 감사를 이 책,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를 읽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4. 작품의 특징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는 부란이와 서란이, 쌍둥이 자매가 스웨덴 부모에게 입양된 실화를 그리고 있다. 실제로 부란이와 서란이를 입양한 슐츠 부부가 훗날 쌍둥이 자매에게 보여주려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다. 슐츠 부부는 부란이와 서란이를 데려 가려고 한국에 왔을 때, 쌍둥이가 머물던 보육원과 입양가정을 방문했고 사진에도 담아 갔다. 이 책의 그림이 매우 한국적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입양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나아가 입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의 말’과 소설가 공지영의 ‘추천사’, 그리고 ‘입양가족 수기’ 두 편을 실었다.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는 생애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다. 모세가 바구니에 실려 떠내려 오다 파라오의 딸에게 발견된 것처럼, 부란이와 서란이가 바구니에 담긴 채 병원 복도에서 발견된 순간은 절망과 희망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때이다. 이후에 양부모를 만나는 순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책은 이러한 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대신에 보육원을 떠날 때 택시에 올라 마냥 신이 난 쌍둥이의 모습에서, 그리고 한국을 떠나기 직전 작별 선물로 받은 새 옷에 마냥 기분이 좋은 쌍둥이의 모습에서는 가슴이 아리다.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족을 갖게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을 강요 없이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는 우리의 아픈 현실을, 그리고 희망을 얘기하는 책이다.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얻은 우리나라의 입양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렇다고 절망을 얘기하는 책은 아니다. 슐츠 부부가 부란이와 서란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순간은 부모가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순간의 기쁨과 다름없음을, 그리고 슐츠 부부가 쌍둥이를 처음 만난 순간은 아이를 출산한 후 처음 아이를 안게 된 순간의 흥분과 다름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입양은 출산과 마찬가지로 부모는 물론 아이에게도 축복의 순간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5. 가슴으로 낳은 사랑, ‘입양’

 

입양은 다른 사람이 낳은 아이와 가족이란 인연을 맺는 것이다. 입양된 아이는 새로운 가족을 얻게 된다. 때문에 새로운 탄생과 별다를 바 없는 축복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입양의 밑바탕에는 늘 비극과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버리고 버려지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사랑이 함께한다. 아이를 입양한 부모와 입양된 아이 모두에게 사랑이 깃들게 된다.

아이를 포기한 부모는 자기가 낳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잔인하고 슬픈 현실에 부딪혔을 것이다. 어쩌면 엄마가 미혼모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부모가 자기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살아가길 바라며 아이를 떠나보낸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에선 아이를 위해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때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입양을 원하는 부부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아이가 있지만 또 다른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똑같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소망하며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아들 중 불과 수십만 명의 아이들만이 매년 새로운 가정을 찾고 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들어올린 모래 한 줌처럼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입양된 한 아이와 그 아이를 만난 새로운 부모에게는 생애 가장 멋지고 놀라운 일이며 희망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입양 아동의 수는 총 2,652명이다. 그 중 국내입양 아동이 1,388명으로 해외입양 아동 1,264명보다 많았다. 사상 최초로 해외로 입양된 아이보다 국내에 입양된 아이가 많아진 것이다. 그 동안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해외입양을 제한한 정책 덕분이기도 하다.

 

입양 아동의 수 자체도 꾸준히 줄고 있다. 2005년 3,562명, 2006년 3,231명, 2007년 2,652명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를 잃거나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아니기에 보호시설 등에서 살고 있는 고아의 수는 여전히 많다. 새로운 부모를 또는 새로운 가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고아는 여전히 많은 데도 불구하고, 국내건 국외건 입양 아동의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입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국내입양이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루빨리 국내입양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입양아는 새로운 가정에서 그냥 아이일 뿐이다. 예전에는 입양아도 배 아파 낳은 자기 자식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양부모는 아이를 귀한 선물로 여긴다. 외모나 성격, 출생 배경이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존중하며 사랑으로 감싸준다. 입양아는 친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들과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똑같이 잘 자란다. 인간이 신의 자식이라면 입양아도 부모의 자식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일 뿐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행동이다. 굳이 입양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나눌 방법은 많다. 이 세상은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줄어드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크기로 아름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6. 저자 및 옮긴이 소개

 

쓰고 그린이 : 요란 슐츠

 

스톡홀름에 있는 콘스트팍 예술학교와 안델쉬 벡만 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이후 스웨덴 방송국에서 일했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의 공저자인 모니카 슐츠와는 학교에서 만나 결혼했고, 부란이와 서란이를 입양하며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1999년에 세상을 떠났다.

 

쓰고 그린이 : 모니카 슐츠

 

스톡홀름에 있는 콘스트팍 예술학교와 안델쉬 벡만 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이후 스웨덴 방송국에서 일했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의 공저자인 요란 슐츠와는 학교에서 만나 결혼했고, 부란이와 서란이를 입양하며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러스트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 황덕령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를 졸업했다. 스스로를 북유럽의 정취를 사랑하는 허황된 친구라고 소개한다. 북유럽을 사랑하는 이유는 안데르센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자유롭게 꿈을 꾸며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옮긴 책으로는 《말썽꾸러기 고양이와 드레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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