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늑대를 위한 변명

 

늑대 하면 흔히 《빨간 모자》나 《아기돼지 삼형제》에 등장하는 욕심 많고 포악한 동물로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흉하기 때문에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남자를 늑대에 비유합니다.

하지만 사실 늑대는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동물이고, 암컷과 새끼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실한 동물입니다. ‘남자는 늑대’라는 말도 암컷과 새끼를 소중히 여기는 동물임을 비유한 것인데, 서양문학 등을 통해 전해진 늑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그 본래 뜻이 와전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늑대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늑대는 어쩌면 본래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가족처럼 친구를 소중히 여기거든요. 배가 고파도 친구를 잡아먹으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거든요.

 

2. 아이들은 만남을 통해 커나갑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누군가를 만나며 세상을 알아가고 성숙해집니다. 부모를 만나고, 친척들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을 만나며 세상을 알아갑니다. 좋은 만남은 아이들에게 자양분이 됩니다. 서로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관계만 맺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은 만남과 함께 헤어짐도 경험합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고 나서는 그리워하는 감정도 알게 되지요. 이 책의 주인공 울피도 지금 그렇게 커나가고 있습니다.

처음 울피는 호기심에 갈매기 친구들을 찾아갑니다. 연주를 들려주니 친구들이 매우 기뻐하죠. 친구들은 울피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먹이인 생선을 줍니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소중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중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울피는 생선을 먹지 않지만 기쁘게 받습니다. 함께 했던 시간이 중요한 것이지 선물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울피는 친구들을 만나기 전엔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한번 친구들을 만난 이후로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열심히 피아노를 칩니다. 아마도 다시 만날 때엔 더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서겠죠.

 

어른들은 아이들이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많은 만남을 통해 아이는 한층 성숙해나갈 것입니다. 최소한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크지는 않을 거예요.

 

3. 나누면 나눌수록 즐겁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며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 어려운 이웃에게 남몰래 돈이나 물품을 보내주는 사람들,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지요. 그분들 얘기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과 기쁨, 나아가 고마움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울피도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됩니다. 자기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친구들이 무척이나 기뻐했거든요. 그리고 친구들은 그 답례로 자신들의 소중한 먹이를 나누어 주었어요. 심지어 양들은 자기들의 털을 깎아 스웨터를 만들어 주었고요.

여러분도 아이들과 함께 그런 멋진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것에 집착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누면 더 즐거워진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나눌 게 없다고요? 천만에요. 마음을 나누는 게 가장 중요한 거지요. 그렇게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다 보면 정말로 행복해진다는 걸 울피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4. 목표가 있는 삶은 힘들어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역경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그 와중에 포기하고 맙니다.

울피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편지 한통을 받고 머나먼 길을 떠납니다. 게다가 무거운 피아노까지 끌고요. 처음엔 모래사막을 걷고 또 걸었고, 그 다음엔 산을 몇 개나 넘었습니다. 세 번째엔 끝도 없는 들판을 걷고 또 걸었지만 신이 나서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힘들지 않아서 그랬을까요? 물론 아니죠.

 친구들을 꼭 만나고 싶다는 목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기쁨도 더 컷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명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어야겠죠? 조금 힘들다고 금방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참고 견딘 후에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5.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울피는 이제 더 이상 외톨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여러 친구들을 만났고, 그리워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친구들을 만나고 나면 울피는 그때마다 한층 성숙해지고 내적으로 충만해져요. 자기를 알아주고 찾아주는 친구들이 있고, 자신이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울피는 여행을 떠납니다. 우리네 인생도 끝없이 이어지는 여행이 아닐까 싶어요.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또 만나고…….

 

6. 친구를 찾아 떠나는 외톨이 피아니스트의 행복한 여행(줄거리)

 

울피는 피아니스트. 울피는 외톨이. 첫 장면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열린 공간에 피아노와 그 피아노를 내려다보는 울피만이 보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피아노를 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혼자 피아노 치는 것도 지겨웠는지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먼 곳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울피의 피아노 연주를 꼭 듣고 싶다는 편지를요. 울피는 편지를 보내 준 친구들을 만나러 가보기로 했어요. 자기의 악기인 피아노를 놓고 갈 수는 없었어요. 친구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어야 했으니까요. 피아노를 끌고 하루 또 하루 모래사막을 걷고 또 걸었지요. 그렇게 도착한 바닷가에서 갈매기 친구에게 멋지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었어요. 당연히 친구들은 신이 났지요. 자기들을 위해 먼 길을 떠나와 연주를 해준 울피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어요. 울피에게 선물로 물고기를 주었어요. 물고기 먹는 늑대 보셨어요? 울피는 순간 당황했지만 기쁘게 선물을 받았어요. 갈매기들에게는 무척 소중한 것이었음을 알고 있었거든요.

두 번째 초대 편지를 받고 울피는 다시 여행을 떠나요. 이번엔 피아노를 끌고 험난한 산을 몇 개나 넘습니다. 다람쥐들과 숲 속 동물들을 위해 멋지게 피아노를 치고 선물로 도토리를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온 울피는 전과 달리 때때로 외로움을 느꼈어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 그만큼 즐거웠기 때문인가 봐요.

 

그러다 세 번째 편지를 받고 울피는 신이 나서 또 여행을 떠나요. 피아노를 끌고 끝도 없는 들판을 걷고 또 걸었지요. 드디어 자기를 초대한 양들을 만나 멋지게 연주를 하자 양들이 신이 나서 캉캉춤을 춥니다. 저마다 몸의 일부분에 털이 없는 양들이었어요. 나중에 선물로 스웨터를 받고 나서 울피는 그 이유를 알게 되지요. 그런데 그 순간 양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도망을 가버립니다. 누군가 늑대는 배가 고프면 양을 잡아먹는다고 소리쳤거든요. 울피는 그럴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이제 울피는 외롭지 않아요. 그리워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거든요. 양들이 짜준 스웨터를 멋지게 차려입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울피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울피는 또 한 통의 초대 편지를 받고는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울피는 선물 받은 스웨터를 멋지게 차려입고 씩씩하게 피아노를 끌고 갑니다.

 

저자에 대하여

 

쓰고 그린이 : 이시다 마리

 

1963년에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유화를 배웠고, 1978년과 1979년에 일본 주니어전에서 입선했어요. 교토 외국어대학 프랑스어문과를 졸업하고 소설을 쓰다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04년 《피아노 치는 늑대, 울피》로 제22회 신풍사 출판상 비주얼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어요. 바다와 목욕탕을 좋아한다는 그는 현재 일본 나라현에서 살고 있어요.

 

옮긴이 : 김은진

 

1969년에 태어났어요. 한양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책 만드는 일을 했어요. 현재는 해외의 좋은 책을 찾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옮긴 책으로는 《도토리의 집》 《수학의 비밀》 《스무살 경제학》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아이를 만났을 때》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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