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겪은 소년의 슬픔, 그리고 꿈과 희망

 

전쟁이 일어나면 늘 군인보다는 민간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특히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주인공 소년도 어른들의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엄마는 적군의 총탄에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야! 적군이다! 총으로 쏴서 널 해치울 테다.”

 

 

이제 소년에겐 전쟁이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놀이를 해도 전쟁놀이를 하며 논다. 장난감은 총과 군인 인형들밖에 없다. 전쟁놀이의 목적은 엄마의 목숨을 앗아간 적군에게 보복을 하는 것이다. 소년의 마음 속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커갈수록 적군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또한 커간다. 소년의 아빠는 같이 살고 있지만 곧 새장가를 가신다. 한쪽 다리를 잃고, 사랑하는 엄마도 잃고, 이제 아빠마저 새엄마에게 빼앗기게 된다는 현실에 소년의 복수심은 커져만 간다.

 

 

그러고는 침대에서 뛰어나와 얼른 총을 움켜잡았다.

“엄마, 꼭 복수할게요! 나는 소리쳤다.

 

 

가족들이 예비 새엄마를 만나러 간 날 저녁, 소년는 다시 전쟁놀이에 몰두한다. 삼촌과 고모, 아빠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빠가 새엄마를 맞이하기 전에 빨리 엄마에 대한 복수를 마치고 싶은 소년의 절박한 마음을.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라도 소년은 전쟁놀이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오늘은 다행스러운 날이다. 적군을 공격하여 적군 대장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이봐, 나는 엄마의 복수를 하려고 왔다.” 내가 말했다.

그는 목발을 내리면서 총을 집어 들고 대답했다. “나도 그렇다.”

 

 

소년는 드디어 적군 대장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적군 대장 또한 자기처럼 엄마를 잃고 복수할 기회를 잡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게다가 자기보다 더 어린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자기처럼 한쪽 다리를 잃은 것을 보았다. 순간 복수에 불타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소년은 적군 대장도 자기와 같은 피해자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자기와 똑같은 사람, 자기와 똑같이 가족을 가진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만드는 전쟁. 그 전쟁의 이유와 목적이 아무리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자가 있을까? 있다면 그 전쟁을 간절히 바라는 몇몇 소수의 사람뿐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그래서 소년은 차마 적군 대장을 쏘지 못하고, 먼저 총을 내려놓고 자신의 의족을 보여 주며 적군 대장과 화해를 하게 된다.

 

 

엄마를 위해 복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때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요, 대장.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소년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를 위해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적군 대장과 아무 일 없이 헤어졌으니 말이다. 새엄마를 맞이하려는 아빠가 원망스럽고,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미안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소년은 알고 있다. 엄마는 모든 것을 이해할 것이라는 걸. 나쁜 건 전쟁이지 적군이 아니라는 걸. 자기가 겪은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자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소년은 엄마의 사진을 바라보며 잠자리에 든다. 평화와 희망과 사랑의 꿈을 꾸게 될 것이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전쟁이나 싸움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게 되면 화해하게 되고, 용서하게 되는 법이다. 전쟁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화는 모두를 승자로 만든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 책은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속으로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이 겁쟁이야!”

하고 적군 대장 얼굴에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적군 대장은 허겁지겁 총을 내팽개치고 손을 들어 올렸다.

“말해 봐라, 어서! 왜 우리 엄마를 죽였나?”

나는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그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난 네 엄마를 죽이지 않았어. 나는 그냥 군대에 들어왔을 뿐이야.”

내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적군 대장은 키가 작고 나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어쩌면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움츠러들어 작아 보였는지도 모른다.

적군 대장은 한쪽 팔로 목발을 짚고 있었다.

“이봐, 나는 엄마의 복수를 하려고 왔다.” 내가 말했다.

그는 목발을 내리면서 총을 집어 들고 대답했다. “나도 그렇다.” - pp.13∼14

 

저자 소개

 

글쓴이 _ 아마드 아크바푸르

 

소설가이자 어린이 책 작가이다. 이란 전국 도서상을 받았고, 《잘 자요, 대장》은 2006년에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하였다. 이란의 시라즈에서 살고 있다.

 

그린이 _ 모테자 자헤디

 

2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렸고, 많은 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노마 콩쿠르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볼로냐 국제그림책원화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_ 마음물꼬

 

아이들에세 생각의 물꼬, 마음의 물꼬를 트게 해주는 책을 기획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에 사람과 자연에 대한 따뜻함이 흐르게 되면, 세상은 좀더 살기 좋게 바뀔 거라 믿는 사람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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