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불행을 곁에 두고 우리만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

 

세계적으로 보면 5초에 한 명씩의 어린이가 영양실조로 죽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라면 하나 먹는 10분이란 시간 동안에 120명의 어린이가 제대로 먹지 못해 죽어간다는 얘기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구상에는 1억 5천만 명의 어린이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 아이들은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끼니도 겨우 해결할 정도의 돈을 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은 축구공을 만들고, 카카오 열매를 따고, 벽돌을 나른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만든 축구공으로 축구를 하고, 그 아이들 손을 거쳐 만들어진 초콜릿을 먹는다. 그 아이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상품을 통해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아이들이 지속해서 그러한 노동을 하도록 그 상품을 소비해 주고 있다. 요즘은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노동자와 생산자에 대한 배려를 하는 상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의도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니, 평화는 어떻게 깨어지는가? 평화는 과도한 욕심과 과도한 결핍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내 옆의 누군가가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평화롭던 상태는 깨어지게 마련이다. 나와는 상관없고 내 일이 아니니까, 하는 생각으로 그러한 상황을 모른 척한다면 머지않아 나의 평화 또한 깨어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몇 개나 되면 몰라도 지구는 하나 밖에 없고, 우리는 그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이 그림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이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세상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분식집에서 간식을 사 먹고, 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와 게임을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우리 아이들의 일상의 모습들일 것이다. 같은 시간 다른 나라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세상의 아이들이 모두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 멀리 갈 필요도 없겠다. 우리 주위에는 친구들이 학원에 가서 공부하거나 게임을 할 때, 집안일을 하거나 동생을 돌보는 아이들이 있다. 또 온갖 간식으로 배를 채운 뒤 정작 밥 먹을 때엔 배가 불러 밥을 남기는 아이가 있지만, 그 순간 물이나 싸구려 과자로 배를 채우는 아이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가난한 나라들로 눈을 돌려 보면 그나마 이 정도도 다행으로 여기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는커녕 눈만 뜨면 일터로 향해야 하는 아이들, 언제 폭격을 받을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도 많다.

이 책을 본 뒤 몇몇 친구들은, 그러면 우리 보고 어쩌라고요?, 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평화는 바로 그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차분히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친구들과 머리 모아 얘기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줄거리

 

주인공 아이가 혼자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는다. 고양이가 하품을 하는 나른하고도 평화로운 한낮의 풍경이 창문 너머로 보인다. 같은 시간, 이웃집 친구는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그 이웃집에 사는 친구는 똥을 누고, 그 이웃집에 사는 친구는 바이올린을 연습한다. 또 주인공 아이가 모르는 이웃마을에 사는 어떤 아이들은 그 시간에 야구를 하고, 어떤 아이는 요리를 돕고 있다. 모두 평화롭고 넉넉한 일상의 모습들이다.

 

같은 시간, 이제 무대는 이웃나라들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 나라들에 사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넉넉하지도 평화롭지도 않다. 자전거를 타고 바삐 달리거나, 동생을 돌보거나, 물을 긷거나, 농사일을 하거나, 빵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공부나 놀이는커녕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아이들이다. 게다가 땅에 쓰러져 있는 아이도 있다. 그 쓰러져 있는 아이 위로 삭막한 바람이 불고 또 불더니 마침내 그 바람은 주인공 아이 집의 커튼을 부드럽게 흔들며 지나간다. 그때 아이는 여전히 라면을 먹는 중이다.

 

세상을 향하는 ‘착한’ 그림책!

 

공부를 할 때, 화장실에서 똥을 눌 때, 간식을 먹을 때, 게임을 할 때 가끔씩은 지금쯤 친구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물론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들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아이들도 우리처럼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라면을 먹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 그리고 얼굴을 모르는 이웃마을 아이들, 나아가 이웃나라 아이들을 순차적으로 보여 준다. 부유한 나라 일본에서 시작하여,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에까지 이르며 보여 주는 여러 나라 아이들의 생활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안쓰러움과 슬픔을 자아낸다. 세상의 아이들이 모두 우리처럼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들과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이어져 있다는 것을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보여 주는 평화 그림책이다. 특히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착한’ 그림책이기도 하다.

 

저자 및 옮긴이 소개

 

쓰고 그린이 : 하세가와 요시후미 - 196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거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스노우》, 《어디어디어디》등이 있다. 《배짱 할머니의 죽》으로 제34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엄마괴물》로 제14회 켄부치 그림책마을 대상을, 《이로하니호헤토》로 제10회 일본그림책상을 수상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2008년 제13회 일본그림책상을 수상했고, ‘이 그림책이 좋아’ 2008년 일본그림책부문 2위에 선정되었다.

 

옮긴이 : 장지현 -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가온 에이전시 대표로 있다. 다른 나라의 좋은 어린이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그림책 《어떤 느낌일까?》, 《안돼 삼총사》, 《치킨 마스크》, 《내일의 나는…》 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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