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의 실패
BRENT C.BROLIN / 기문당 / 1986년 8월
평점 :
품절


 [ 근대건축은 왜 실패하였는가 ]란 제호로 번역 출판된 Peter Blake의

[ Form Follows Fiasco: Why Modern Architecture Hasn't Worked ](1974)와 종종 혼동되기도

하는 Brent C.Brolin의 [ 근대건축의 실패<원제: The Failure of Modern Architecture>](1976)는,

서구 건축사에서 나타났던 수많은 건축의 흐름 중 에서, 그 전체성이나 영향력, 그리고 양식

적 측면에서 전무후무했던 ‘근대건축(Modern Architeture)’에 대한 매우 정확하고 구체적인

비평서 중 하나입니다(의외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서구 근대건축을 다루었던 그간의 많은 건축 잡지들의 특집 시리즈들은 거의 언제나

이 서양의 건축 운동이 현재 이 땅에 여전히 유효하므로, 그 가능성을 캐내어 부흥

시켜야 한다는 류의 결론으로 끝맺곤 합니다. 시기적으로 1920년대~50년대 즈음의

근대건축운동이 가지고 있었던 인간문명에 대한 비젼, 공리적인 사회적 메니페스토

(manifesto), 마스터라 불리며 존경받았던 위대한 건축가 상 등이 그 캐내어야 할

보고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흔히 ‘1% 건축가집단’으로 명명되는 이 땅의 주류(이른바) 건축가들 역시 멘토

mentor로 손꼽는 건축물, 건축가는 지난 세대의 거장과 그 거장들이 만들어 낸 근대

건축물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르 꼬르뷔제가 그렇고 로스 등이 그러

하며, 또 라빌레뜨와 로스 하우스 등이 그렇습니다.


그 어떤 시대의 건축이라도 그것의 평가는, 그 당대에서 완전하게 소진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후대의 사람들에게 진행형 평가를 받으며, 나름의

‘교훈’과 ‘가치’로 값이 매겨지는 데, 그것이 인간 사회에 의미심장한 이익을 주었을 때

가치가 있다 하고, 시행착오와 같은 것이 되었을 때 교훈적이라 합니다.


지금부터 반세기도 훨씬 전의, 게다가 우리의 경우는 수입된 케이스인 이 서구의

열병 같은 건축의 경향을, 단지 지금 이 시대 건축의 근간이라는 이유 때문에, 혹은

소위 엘리트 건축가의 선호도 때문에, 그 가치만을 들여 다 보겠다 하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감동을 주는 근대적 공간들이 주는 가치만큼이나 거주인들의 크나큰

불편과 재산적 손실을 초래했던 근대건축의 양상 또한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근대건축 운동이 하나의 세계적 흐름이 되어 어떤 거스를 수

없는 강령, 교리같은 것이 되어 온(지금도 여전히 건축은 시대정신의 구현이고

도덕적 요청이다라고 정의되지 않습니까) 역사를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축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사용인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건축 형태와 공간, 재료,

구조와 같은 무생물/물리적 측면에 어떤 ‘도덕적 척도’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 이 사실

자체로도 뭔가 건축의 길을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브롤린의 이 책은 바로

그런 근대건축 첫 단추의 잘못된 시작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그야말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테면, 근대건축에서 장식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는 근거를 진화론에서 따오는

논법이 그 중 하나입니다. 진화론의 명제인 ‘물리적 환경이 생물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환경을 바꾸면 사람들도 그 환경에 맞추어 변화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변형했

고, ‘쓰는 기관만 남게 된다’는 용불용설을 ‘쓸모없는 장식은 제거 된다’라는 식으로

치환하여 건축에 장식이 배제되는 것이 곧 건축의 진보라 얘기했습니다. 이런 류의

비건축적 논리를 건축의 논법에 구겨 넣어 당시 신흥중산층 클라이언트들을 교묘히

설득했습니다. 즉, 건축을 진리냐 그렇지 않은 것이냐에 대한 흑백의 가치 판단으로

몰아쳤던 것입니다. 건축을 하나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선악의 문제로 만들었던

것 -바로 이것이 근대건축과 근대건축가가 사회적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근본 이유

중 하나라고 브롤린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래와 같은 근대건축 주창자의 목소리가 복음으로 들리지 않고 그 진의가

심히 수상한 분들께 - 이 책을 권합니다.


“명쾌함이란 건물의 목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그 구조를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직성을 도덕적 의무라고 간주할 수 있다.”

                                                      - Marcel Breuer

 

My blog=http://blog.naver.com/wellb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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