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 이용재가보는 김원 건축이야기
이용재 지음 / 책으로만나는세상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김원소장님의 광장건축에서 건축실무를 하시고 주요 건축 매거진의 편집장을 거쳐 출판사업에,

 심지어 택시기사직까지-그야말로 '다채로운' 경력의 저자가, 한 건축가의 건축행보와 작품에

 포커스를 맞추어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김원이즘'이란 용어까지 쓸 정도로, 한 때 모셨던 선생에

 대한 외경심을 표현하면서도 그것을 매우 간결하고 수수한 단어와 문장으로 '끊어치기'때문에 글이

 무겁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핵심 메세지는 잘 살리고 있습니다. 건축 경력이 20년 이상

 이면 자기 얘기를 할 법도 한데, 저자가 굳이 현 건축계의 원로이자 유명 건축가 중 한 분을 대상

 으로 글을 쓴 것은 거인 어깨 위에 올라탄 난장이 격의 이득을 취한 것이라기 보다는,

 건축보다는 디자인으로 / 공간감보다는 형태감으로 / 건축 자체보다는 건축에 대한 간섭하기로 /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건축가의 목소리를 더 내세우는 오늘 우리 건축계의 허허스러운 모습을 지적

 하기 위해 택한 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입니다. 특히 건축평론가(비평가)에 대한 저자의 일갈은

 최근 들어 건축하는 능력보다는 말과 글의 재주가 더 뛰어난 고학력자들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

 현 세태를 정확하게 꼬집고 있어 '한 때' 그 무리에 속해있던(지금도 완전히 빠져나오진 못한) 제

 자신에게도 좋은 회초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질책은 과거 '겁도 없이' 건축비평을

 해대던 자기 자신의 젊은 날 치기어린 모습에 대한 자성이기도 합니다.

 "건축비평을 논하기 전에 건축은 아는가. 건축가들이 죽어라고 노력해서 하나 빚어놨더니 건축도

모르는 젊은 친구들이 몰려들어 난리다. 건축 똑바로 하라고..(중략)..건축을 모르는 글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아니 자기도 모르면서 남들을 가르치려 하다니, 이게 어디 될 법이나 한 일인가. 제발 이

제 그만 하자. 건축가는 그래도 최소한의 면허는 갖춘 사람들이다. 그러나 건축계 글쟁이들은 최소

한의 통제장치도 없다. 자신의 흥에 겨워 불쌍한 건축가들을 공격한다.(하략)"

이 책을 쓰기 위해 김원소장님과 많은 인터뷰를 하셨고 그래서 책 내용 전반에 걸쳐 그 상황에 속해

있지 않으면 결코 알 수없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실려있습니다. 한국종합전시장(코엑스)

설계 경기에 얽혀있는 얘기와 독립기념관의 설계 경기를 할 때 등, 현실 정치와(정확하게 말해 정치

권력과) 건축이 얽혀있는 과거 얘기들을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비록 김원소장님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으나, 이용재씨가 말하고 싶은 건축 이야기-건축의 근본-는

아래와 같은 김원 소장님의 발췌된 어록이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젊었을 때 한국에서 건축가는 교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선종도 좋다고 생각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지금은 교종이고 선종이고 그게 모두 그것 아니냐 하는

생각입니다. 결국 차이는 밥을 먹되 숟갈로 먹느냐, 젓갈로 먹느냐 정도의 것이지 밥을 는 것은

한가지다..(하략)"

 즉,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김원에게 자재는 중요하지 않다.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드만 있으면 된다. 질서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어차피 무의미한 일들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곧 저자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이런 건축관을 100% 동의할 수 없지만,

 적어도 건축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게된 자의 말들은 항상 경청할 만한 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My blog=http://blog.naver.com/wellb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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