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 -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온 우울증, 그 우울과 함께한 나날에 관하여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정신건강 권위자가 솔직히 고백하는 우울증과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하여.

내가 겪는 고통을 먼저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벼운 또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게다가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평생 우울증을 연구하고 치료해 온 저자의 이야기라 더 와닿는다.

저자인 린다 개스크는 EBS의 <위대한 수업>에도 출연한 영국의 정신과 전문의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가 된 계기는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정신적 상처 때문이었다. 불우한 가정환경, 어머니와의 불화, 남동생의 정신 질환 때문에 저자는 늘 불안과 강박에 시달렸다. 의과대학에 입학해서는 힘든 공부와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본격적인 우울증을 앓는다.

저자는 주변 사람들 몰래 심리 치료를 받고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한다. 그 일련의 과정이 우울증과 관련된 키워드로 나뉘어 소개되어 있다. 스스로가 정신과 의사인데도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처지를 공개할 수 없어서 받는 괴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치료를 거듭할수록 본인의 우울증 뿐만 아니라 자신의 환자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된다.

단순히 환자들의 사례만 나열했다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치부나 상처를 떳떳하게 공개한 것이 특별했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치료 과정을 읽다 감동을 받게 된다. 특히 깊은 애정을 갖고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본인의 불륜, 이혼, 가족과의 불화를 덤덤히 소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사실들이 누구나 한번 쯤을 겪는 것들이라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려면 먼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 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은,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72페이지)

-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지난날의 결정을 돌아보고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27페이지)

- 상실의 기억을 떠올릴 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괴롭고 아픔이 생생하다면 진전이 없는 것이다. 감정이 잦아들지 않고 점점 커진다면 그 역시 심각한 신호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울증이 된다. 애통한 마음의 크기를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생각해볼 때 그날그날 아주 미미하게라도 줄어들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269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