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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의 산책 -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사색
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예문아카이브, 2020.
원제는 Aristotle’s Way 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10개의 범주로 나눈 뒤 현대적 해석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서양철학에 약해 좀 어렵게 읽었다. ‘산책’하듯 유유자적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사실 고전의 대부분은 어느 것이나 읽기에 녹녹치 않다. 더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철학의 대두가 아니던가! 다시 읽을 때는 좀 더 수월하리라 믿고,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철학은 읽을수록 맛이 나니깐!
이 책은 ‘에우데모스 윤리학’과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평소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다. 또 그다음 읽을 책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기분이 좋다. 니코마코스는 그의 아들이고, 에우데모스는 그의 친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는 현재 윤리교육에 기저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는 오래전부터 덕윤리를 기반으로 하여 집필되고 있다. 그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도덕적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도덕적인 삶은 행복할까? 물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다고 말하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덕스럽지 않은 사람의 말로는 모두 다 안 좋다. ‘선한 의지가 없다면 행복이 아니다.’(42) 일순간 행복한 듯 착각하지만 악을 행하면 곧 불행이 엄습해 온다. ‘돈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를 곤경에 빠뜨리’(44)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행복하고 싶다면 ‘선한 의지’(50)을 잃으면 안 된다.
두 번째 주제인 ‘잠재력’편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이 인상 깊었다.
“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신의 아이들이 수백만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너희들이 잊지 않기를, 그리고 너희가 그 아이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가 되지 못하는 한, 너희들 역시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81)
이 말은 실현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가 된다는 게 가능한가? 우리나라처럼 강압적인 교육시스템에서 학벌이나 따고 취직이나 하면 된다고 여기는 곳에서 그런 일은 오히려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우린 다른 이가 그런 존재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잠재력에 대해서 5편에도 나온다.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덕이라고 말한 기술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덕을 위해서는 이성, 감정, 사회적 교류의 조합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들을 개발할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날 뿐이다.’(139) 인간은 누구나 선할 수 있다. 동시에 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구나 선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그 선을 발현시킨다.
9편에서도 잠재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여가를 통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244) 이 말을 많은 선생님들과 모든 학부모에게 전파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잠재력을 꺾는 방법은 끊임없이 공부시키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파르타가 망한 이유에 대해 ‘그들이 게으름을 부리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244)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루함은 평화뿐만이 아니라 행복의 적이다.’(244)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여가를 즐기면서 살기를 바란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중 ‘중용’의 덕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공자님도 스스로 ‘나는 중용을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구든 화를 낼 수 있다. 그건 쉬운 일이다. 돈을 주거나 쓰는 것 역시 쉽다. 하지만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정도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의도로, 그리고 적절한 방식으로 화를 내거나 돈을 주는 것. 이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166)
155쪽에는 13가지 중용을 친절하게도 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가 ‘과도한’과 ‘부족한’의 중용은 ‘적절한’이다.(155) 조금만 많아도 과도하다 하고, 조금만 적어도 부족하다고 한다. 적절하다는 것은 수학의 추상적인 개념일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중용에 도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마음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163)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그 지점을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중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책의 각장의 부제목이나 하위 소제목들이 평범하면서도 인상 깊은 게 많다.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1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이 행복의 길이다.
0 행복은 선한 의지 위에 단단해진다.
0 행복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2 누구나 내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0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3 내 삶의 모든 순간은 내가 정한다.
4 나의 마음으로 우리를 들여다본다.
0 최고의 설득은 비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5 나를 제대로 알아야 행복이 뚜렷해진다.
0 덕을 향해 늘 바꾸고 더 나아갈 수 있다.
6 선한 의도가 선택을 결정한다.
0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은 죄
7 사랑은 노력과 동반하는 성장이다.
0 깊은 우정은 가족 간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8 여럿이 함께할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
9 완전한 휴식만이 일상을 구원한다.
10 마지막을 기억할 때 오늘을 아낄 수 있다.
0 그러나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말라
0 죽음은 삶과 자아의 또 다른 완성이다.
0 죽은 자는 산 자의 기억에 남는다.
0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