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의 산책 -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사색
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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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예문아카이브, 2020.

 

원제는 Aristotle’s Way .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10개의 범주로 나눈 뒤 현대적 해석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서양철학에 약해 좀 어렵게 읽었다. ‘산책하듯 유유자적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사실 고전의 대부분은 어느 것이나 읽기에 녹녹치 않다. 더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철학의 대두가 아니던가! 다시 읽을 때는 좀 더 수월하리라 믿고,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철학은 읽을수록 맛이 나니깐!

 

이 책은 에우데모스 윤리학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평소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다. 또 그다음 읽을 책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기분이 좋다. 니코마코스는 그의 아들이고, 에우데모스는 그의 친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윤리는 현재 윤리교육에 기저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는 오래전부터 덕윤리를 기반으로 하여 집필되고 있다. 그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도덕적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도덕적인 삶은 행복할까? 물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다고 말하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덕스럽지 않은 사람의 말로는 모두 다 안 좋다. ‘선한 의지가 없다면 행복이 아니다.’(42) 일순간 행복한 듯 착각하지만 악을 행하면 곧 불행이 엄습해 온다. ‘돈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를 곤경에 빠뜨리’(44)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행복하고 싶다면 선한 의지’(50)을 잃으면 안 된다.

 

두 번째 주제인 잠재력편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이 인상 깊었다.

 

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신의 아이들이 수백만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너희들이 잊지 않기를, 그리고 너희가 그 아이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가 되지 못하는 한, 너희들 역시 그런 존재가 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81)

 

이 말은 실현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마땅히 되어야 할 존재가 된다는 게 가능한가? 우리나라처럼 강압적인 교육시스템에서 학벌이나 따고 취직이나 하면 된다고 여기는 곳에서 그런 일은 오히려 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우린 다른 이가 그런 존재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잠재력에 대해서 5편에도 나온다.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덕이라고 말한 기술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덕을 위해서는 이성, 감정, 사회적 교류의 조합이 필요하며, 이러한 것들을 개발할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날 뿐이다.’(139) 인간은 누구나 선할 수 있다. 동시에 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구나 선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그 선을 발현시킨다.

 

9편에서도 잠재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여가를 통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244) 이 말을 많은 선생님들과 모든 학부모에게 전파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잠재력을 꺾는 방법은 끊임없이 공부시키는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파르타가 망한 이유에 대해 그들이 게으름을 부리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244)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루함은 평화뿐만이 아니라 행복의 적이다.’(244)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여가를 즐기면서 살기를 바란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중 중용의 덕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 공자님도 스스로 나는 중용을 지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구든 화를 낼 수 있다. 그건 쉬운 일이다. 돈을 주거나 쓰는 것 역시 쉽다. 하지만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정도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의도로, 그리고 적절한 방식으로 화를 내거나 돈을 주는 것. 이는 모두가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166)

 

155쪽에는 13가지 중용을 친절하게도 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중 첫 번째가 과도한부족한의 중용은 적절한이다.(155) 조금만 많아도 과도하다 하고, 조금만 적어도 부족하다고 한다. 적절하다는 것은 수학의 추상적인 개념일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중용에 도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마음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163)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그 지점을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중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책의 각장의 부제목이나 하위 소제목들이 평범하면서도 인상 깊은 게 많다.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1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이 행복의 길이다.

0 행복은 선한 의지 위에 단단해진다.

0 행복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2 누구나 내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0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3 내 삶의 모든 순간은 내가 정한다.

4 나의 마음으로 우리를 들여다본다.

0 최고의 설득은 비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5 나를 제대로 알아야 행복이 뚜렷해진다.

0 덕을 향해 늘 바꾸고 더 나아갈 수 있다.

6 선한 의도가 선택을 결정한다.

0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은 죄

7 사랑은 노력과 동반하는 성장이다.

0 깊은 우정은 가족 간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8 여럿이 함께할수록 행복은 더 커진다.

9 완전한 휴식만이 일상을 구원한다.

10 마지막을 기억할 때 오늘을 아낄 수 있다.

0 그러나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말라

0 죽음은 삶과 자아의 또 다른 완성이다.

0 죽은 자는 산 자의 기억에 남는다.

0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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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잘 노는 아이의 잠재력 - 두뇌, 인간관계, 인성을 성장시키는 놀이육아의 비밀
유은희 지음 / 로그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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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중요성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학습에 무릎을 꿇고 놀이를 뒤로 미룬다. 그런데 정말 학습이 놀이보다 중요한가? 우린 잘 생각해봐야 한다. 깊이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놀이 속에서 우린 학습에서 이루려고 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놀이를 한다는 것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놀이를 하면서 양보도 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도 하며, 배려도 하게 된다. 때론 상대와 경쟁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도 한다. 놀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호 작용은 훗날 아이가 커서 사회생활을 할 때 밑거름이 되기 마련이다.(11)

 

놀이를 통해 양보, 타인 인식, 배려, 참다운 경쟁, 적극성 등을 배우게 된다는 점에 추후의 의심도 없다. 그런데 어떤 학습이 이런 가치보다 나을 수 있는가! 잘 놀게 되면 공부도 잘하게 된다. 도덕적인 아이들이 대체로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학습 능력이 높은 아이들 중 비도덕적인 아이들이 있는데 이는 부모에 의해 가공된 작품에 불과하다. 이런 아이들은 소수이며, 이런 착시효과를 제대로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아들 삼 형제를 키우면서 겪었던 실제를 제시했다. 진짜 리얼한 사례들이다. 형제도 쉽지 않은데 삼 형제라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딸 한 명 키우는 것도 쉽지 않아 절절매는데, 삼 형제는 얼마 힘들까? 그만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이것을 예리하게 잡아내어 멋있는 책을 내었다.

 

아이 연령별 부모의 역할이 있다.(35)

0~1: 보호자, 보유자 역할

1~3: 양육자 역할

4~7: 훈육자 역할

8~12: 격려자 역할

13~20: 상담자 역할

 

나의 아이를 대비시켜 보았다. 지금은 격려자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실 보호하고, 양육하고, 훈육하고, 상담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격려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양육하고, 훈육하는 역할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점점 못하게 된다. 놀아 줄 수 있을 때 놀아주어야 한다. 놀이의 효과도 어릴수록 좋은 게 당연하다.

 

저자는 바쁜 아빠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캠핑을 선택했다고 했다. 너무 좋은 방법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캠핑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은 낭비이다. 캠핑만 좋은 것도 아니다. 캠핑이 아니어도 아빠가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지만미국의 심리학자 스테판 b. 폴터는 엄마가 아닌 아빠가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 요소다라고 말했다.’(89) 나도 좋은 아빠, 멋진 아빠이고 싶다. 어떻게 행동하고, 함께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 책이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물론 실천에는 쉽지 않은. 예를 들어 다음 말은 어떤가?

 

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라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부모가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165)

 

부모는 아이에게 정직해라라는 말을 절대 하면 안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부지런해라, 거짓말하지 마라, 일찍 일어나라, 깨끗이 치워라 등등의 말을 절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정말 어렵지 않은가!

 

아이는 모방을 통해서 학습한다. 특히 가장 많이 만나는 어른인 부모가 표현하는 삶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부모를 모델링 한다.(188)

 

저자의 스마트폰에 대한 신념에 적극 동의한다.(157) 우리 집도 초등학교 때는 절대로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을 것이다. 중학교 때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지만 생각 같아서는 사주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이 스마트폰에 결연해져야 한다. 스마트폰은 아이를 죽이는 조용한 무기다.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쥐여주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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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뭉쳐야 팀이 된다
데이비드 셔윈.메리 셔윈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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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셔윈, 메리 셔윈 지음, 양원정 옮김, 도서출판양파, 2020.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추얼과 루틴이란 말을 알아야 한다. 리추얼ritual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련의 행동을 수행하는 그룹 활동을 뜻한다.(21) 루틴routine은 리추얼의 연속이다.(23) 시간이 지나면 리추얼에서 만들어진 행동은 루틴이 되어 간다.(20) 어떤 일이건 한두 번 하다 보면 패턴이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자동적으로 패턴에 따라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에 어떤 과정으로 시작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이상적인 패턴을 만들어야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그룹 활동이 지속하고 발전할 수 있다. 시작을 잘 못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룹 활동의 바람직한 시작뿐만 아니라 그룹 활동 진행마다 요긴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많은 리추얼들을 제공하여 그룹 활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경험이 많다. 그때에도 이 책이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리추얼 사용 방법!(25~26)

0 리추얼마다 화이트보드와 마커, 스티커나 메모지 등을 활용하기

0 리추얼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이고 브랜드화하기

0 리추얼의 결과물을 시각화하기

 

 

 

 

 

요즘 포스트잇 공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실 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모든 회의에서 일단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자기 생각을 적게 하는 그 자체가 얼마나 좋은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막연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자신의 의사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화이트보드에 붙여가며 회의를 진행하면 그룹의 의사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는 리추얼마다 포스트잇을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대부분은 바로 ‘그 일’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그에 앞서 해야 할 일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파트 1_ 더 나은 출발이다. 모두 4개의 장에 11개의 리추얼이 소개되어 있는데 나름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준다. 두 번째 리추얼처럼 ‘팀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은 팀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가치 단어) 하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까요?”(52) 아홉 번째 리추얼은 ‘결과에 대한 축하’이다. 일이 잘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로 간주되는 실험 일지라도 팀이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이는 축하해야 할 일이 될 수도 있다.’(95)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성공 혹은 실패한다면 어떻게 축하할지 생각해 놓는 것도 좋은 동기유발이 될 것 같다.

 

 

 

 

 

피드백에 대한 그림 14(128)를 기억해 둘 것. 우리가 받은 여러 피드백을 강화 피드백, 조정 피드백, 거부 피드백, 기타 피드백 등으로 분류하고 이를 근거로 우리의 활동을 유지하거나 조정하거나 대체하거나 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

 

 

 

 

트레이드-오프(얻고 잃는 것)에 대한 그림 16(152)은 쉽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2×2도표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x축과 y 축을 정하는 것은 활동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는 방법이다.

 

 

 

 

이외에 여러 방법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찾아 쓰면 팀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193~196쪽이 두 번이나 프린트되어 있다. 인쇄소 잘못이겠지만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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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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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9.

로마를 여행하기 전에 읽어보면 좋은 책을 발견했다. 유물과 유적에는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로마에는 오래된 유물과 유적이 있어 그 이야기는 매우 많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종으로 횡으로 잘 연결해 놓았다. 역사적 흐름에 맞춰 장소를 선정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고대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읽기가 좀 어려웠지만 3장 스페인 계단 이야기부터는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이야기가 흥미 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읽기도 좀 더 수월하고 재미있었다.

 

로마의 유적은 정말 많다. 너무 흔해서일까? 서기 13년에 세워진 마르첼루스 극장이란 곳은 지금도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단다.(32) 사진을 보니 제법 큰 유적지인데 이 천 년 된 건물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세계에 이 천년 이상 된 도시는 흔하지 않다. 더구나 로마는 유럽을 지배했던 나라이자 수도였다. 당연히 많은 건축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유적지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 놀랍다. 거의 원형의 형태로 있는 판테온은 놀라움 자체였다. 그 외 콜로세움은 어떤가! 그런데 오랜 역사 동안 수도의 역할을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파괴의 역사도 있었다. 로마제국 재건의 야망을 품은 파시즘 정권이 신화와 원시의 풍경을 근대화에 뒤처진 가난한 풍경으로 치부하며 파괴해 버렸다’(66)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많은 유적들이 파괴되었던 것이다. 맘이 쓰렸다. 특히 이탈리아 왕국에 병합되어 이탈리아의 수도(1871)가 된 뒤로 크게 변하게 되었단다.(203)

 

로마에는 오벨리스크가 14개가 있다고 한다. 그중 로마의 오벨리스크는 13개인데 진짜가 7개라고 한다.(122) 진짜라는 것은 이집트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의미다. 그중에 하나인 포폴로 광장 중앙에 있는 오벨리스크는 높이가 24m인데 기단을 포함하면 36.5m나 된단다.(119) 이것은 기원전 13세기 람세스 2세가 태양신의 신전 앞에 세운 것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을 때는 우리나라 탑 정도로 생각하고 바위 덩어리를 해체해서 옮겼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오벨리스크를 옮겨와 다시 세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15864월부터 9월에 걸쳐 권양기 44, 140 , 인부 900면이 동원된 대공사였다.’(120) 그 까닭은 오벨리스크는 하나의 거대한 암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148) 그것을 만든 이집트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옛날 그것을 로마까지 옮긴 사람들도 대단하다. 지금의 기술로도 쉽지 않은 일들인데,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정말 불가사의한 일들이다. 여하튼 오벨리스크는 로마 순례길의 지표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교황 식스투스 5세의 업적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또 안데르센이 쓴 즉흥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안데르센은 1833년부터 1년여 동안 로마에 머물며 당시의 체험을 바탕으로 즉흥시인이란 책을 썼단다. 이 책을 읽으니 로마에 대한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그리고 언젠가는 로마에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로마를 거닐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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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 오늘을 위해 내일을 당겨쓰는 사람들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9
양승광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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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광 지음, 씽크스마트, 2020.

대한민국의 현실은 일면 우울하다. 학생들은 죽어라 공부만 하고(경쟁에 치이고), 직장인들은 죽어라 일만 한다. 삶의 여유는 찾기 힘들고, 행복을 논하는 것이 사치스럽다. 52시간 근무의 문제점(65)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일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메신저 감옥’(67)에 갇혀있기도 하다. 돈 때문에 근무지에서 점점 멀어지는 장거리 출퇴근(74)자에게 출퇴근 시간과 육체적 피로는 멀어질수록 힘들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도 같을 수는 없다.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근로자의 시간도 다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시간은 같다. 하지만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에게 주어진 양적 시간은 하루 24시간이다. 그러므로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모두 다르다. 남이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그 시간을 사용하면 노예의 삶과 다르지 않다. 자기가 주체적으로 그 시간을 사용하면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된다. 누구는 전자처럼(노동을 위해서) 살고 누구는 후자처럼(삶을 누리며197, 문화적인 생활을 하며204) 산다. 그러므로 시간은 불공평하게 된다.

 

어차피 시간은 불공평하다. 자본소득가와 노동소득가의 시간은 같을 수 없다.(54) 그렇다고 모두 자본소득가를 꿈꿀 수도 없다. 또 죽도록 노동만 하면서 살 수도 없다. 우리는 노동소득가라는 전제로 하여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당연히 삶을 누리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삶을 누린다는 것은 나의 욕망대로, 혹은 욕망을 이뤄내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197)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의 욕망을 억누를 수밖에 없고, 나의 자유 의지는 꺾기기 십상(200)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지옥이라고 부른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을 헬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끼니 걱정이나 불안한 치안 때문이 아닙니다. 나의 욕망을 나의 수고로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며 나의 자유를 나의 노력으로 확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200)

 

개인이 발버둥 처서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국가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 개인이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그렇게 될 때만 공정한 사회, 공정한 국가를 말할 수 있습니다.’(201)

 

저자는 문화적인 생활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저는 문화적인 생활을 떠올릴 때, 영화에서나 보던 중세의 성이 생각납니다. 책장에는 책들이 꽂혀 있고, 낮에는 창가에서 그림을 그리며, 밤에는 펜에 잉크를 적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들이죠. 그리고 친한 벗들과 차를 나누며 그림과 책, 그리고 일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 공기는 약간은 건조하기까지 한 듯합니다.”(204)

 

누구는 이런 삶을 살고 있고, 누구는 감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삶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삶을 누리는 것을 죄악시하면 안 된다. 누구나 이런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나 역시 이런 삶을 살고 싶다. 저자는 이런 삶을 위해 잉여로울 권리’(208)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분투하는 삶을 넘어서(210) 게으름을 찬양(211) 하라고 한다.

 

우리의 시간을 불공평하게 하는 외부적인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그것을 극복하고 개선하는 것은 국가의 노력과 함께 개인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이런 개선과 함께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내부적인 변화일 것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개인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개인에게 있다. 나 역시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련다.

 

사족을 달아본다. 저자는 글을 쓰는 것에 근거 없는 자신감’(159)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계속 갖기를 바란다. 다만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워보기를 권한다. 불완전 문장이 많아 읽기가 거북스럽다. 165쪽 첫 문단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스스로 우스갯소리입니다라고 한 것은 글과 책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인데 왜 썼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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