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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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어떠한 죄도 짓지 않은 채 어린 시절과 결별하고 어른이 된다는 게 가능할까?” 8년 만에 다시 읽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가장 좋아하는 박지리 작가의 소설이다. 8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장편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체감이 안 될 정도로 흡인력이 어마어마하다. 이 책은 sf판타지 소설이며 성장 소설, 그리고 범죄 소설로, 사건 전개와 인물들 간의 연결이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어진다. 처음에는 선과 악이 명징하게 나뉘는 것 같지만, 점점 더 그 둘이 혼재되면서 마지막에는 어마어마한 여운을 선사한다.

1구역에서 9구역으로 나뉘어 살아가는 가상의 국가. 주인공 다윈 영은 1구역에서도 극소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프라임스쿨에 다니는 수재다. 그의 아버지 니스 영은 문교부 차관으로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다. 소설은 어린 나이에 살해당한 니스 영의 친구 제이의 추모식에서 시작된다. 다윈은 이곳에서 제이의 조카 루미를 만나고, 둘은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제이의 살해 용의자를 함께 추적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오래된 사건의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 십대 아이들이 어떻게 제각기 ‘알을 깨고 나아가는지’, 그들 각각과 부모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순수하고 정직한 다윈, 그리고 그가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니스. 당당하고 진취적인 루미, 그리고 그런 그녀를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조이. 그리고 아버지에게만 엄격하고 냉정한 니스, 그런 아들을 한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러너. 이렇듯 다양한 부모-자식간의 관계와 어떻게 자녀들이 각자의 부모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가 하면, 1구역에서 9구역으로 철저히 계급적으로 나눠진 소설의 배경도 무척 상징적이다. 사실상 중심지는 1구역이고 그 외에는 주변부에 머무르며 특히 9구역은 온갖 범죄의 근거지로 지목될 뿐 사실상 폐허나 다름 없는 곳이다. 1구역 중에서도 엘리트 학교 프라임스쿨 학생들은 매우 특권적인 위치에 있는데, 주인공 다윈이 이곳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프라임스쿨 홍보 잡지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바르고 ‘선한’ 엘리트 학생의 대표격이었던 다윈이 제이 아저씨의 죽음을 추적하며 어떻게 본인 내부의 ‘악’을 발견하게 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플롯이 너무 잘 짜여져 있는 탓에 어느 정도 읽으면 이야기의 결말을 알 것 같다고 방심하게 되는 순간이 올 텐데, 그 부분을 넘어서 진짜 마지막까지 닿아야 비로소 이 소설이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 20여페이지 정도가 이 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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