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두 아들을 자살로 떠나보낸 이윤 리가 쓴 극한의 회고록. 그녀는 ‘삶의 극한’을 겪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원히 그렇다. 그녀의 문장은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저 사실을 나열하고, 필연의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건조하게 증언할 뿐이다. 그냥 그 일이 일어났고,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죽거나 살거나다.이 책에는 극복도 깨달음도 없다. ‘자연의 것들이 그저 자라듯이’ 생명의 죽음도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 일어난 일 앞에서 과거를 되짚어 봤자 달라질 것은 없다. 이윤 리는 첫 아들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책을 썼다고 한다. 그 책이 감정의 파고를 경험하는데 능했던 빈센트를 닮았다면, 둘째 아들 제임스가 떠난 뒤 쓴 이 책은 철학적인 생각을 펼치곤 했던 제임스를 닮았다고. 누군가는 두 아들을 떠나보낸 뒤에도 그 일을 글로 써내다니 잔인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저 그녀 나름의 애도이자 아들을 향한 헌정이 아니었을까. 작가란 써야만 하는 사람이니까.나는 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을까? 아마도 트위터에서 본 어떤 후기글 때문일 것이다.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잠시나마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진다. 남이 ‘겪고 있는’ 실제적인 고통 앞에서 호기심을 가지다니.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인간의 마음이겠지만.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두 아들 앞에서, 그 생생한 지옥을 겪고 있는 작가 앞에서 감히 더는 덧붙일 말이 없다. 그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그녀가 처한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을 테니 그저 침묵할 수밖에.www.ins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