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관심 있는 주제. 현대인의 집중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콘텐츠 소비 방식도 그렇다. 요즘 누가 TV로 드라마를 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나. OTT를 통해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속도로 본다. 이 책에서는 OTT시대가 도래하면서 출현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 대하여, 더 나아가 요즘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콘텐츠 소비 방식에 대해 논하고 있다. 책의 출발점이 된 기사가 2021년 3월에 쓰였고, 원서가 2022년 2월에 출간되었으니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소비 방식의 변화는 이미 깊게 뿌리내렸다고 봐야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OTT로 보면 나도 모르게 ‘10초 뒤’ 버튼을 연타하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과정은 잘 모르겠고 결말이 궁금하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장면을 마구 뛰어넘게 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빨리 감기 시청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만연함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즉각적인 쾌락과 보장된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아낸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구독 소비로 인한 작품 하나하나의 가치 하락, sns 알고리즘의 필터 버블 등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즉,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맞다.

사람들은 점점 더 ‘소비’하기 쉬운 이야기, 즉각적인 재미와 만족을 주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나 웹툰, 웹소설처럼 회차 구성을 지닌 콘텐츠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금의 ‘고구마’도 견디기 어려워하며 ‘먼치킨 주인공’과 ‘해피엔딩’만을 바라는 소비자들. 사실 나조차도 콘텐츠를 소비하면서까지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이 눈 앞에 보이는데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싶지는 않다. 바로 뒤로가기를 눌러 쾌락적인 콘텐츠를 클릭하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이러다 점점 갈등을 회피하며, 모험을 두려워하고, 실패를 꺼려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두려워진다. 이미 그렇게 되어가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특히나 오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