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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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극을 보려고 찾아보다가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넘네. 집중할 수 있을까?’하고 망설이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종이책을 읽을 때도 고전 소설보다는 사건 위주의 장르 소설에 먼저 손이 간다. 나는 이걸 집중력 저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되지 않고 ‘산만하다’. 업무 중 몇 분에 한 번씩 인터넷 창을 넘나드는 것과 하루에도 몇 시간씩 유튜브나 인스타를 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게 내 삶을 갉아먹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시대의 흐름이라면 따라야하지 않나? 스크린 타임 좀 줄이고, 명상과 요가를 더 하는 식으로. 흐름에 편승하되 내가 더 노력하는 식으로 절충하는 수밖에는 없지 않나?

<도둑맞은 집중력>은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개인 차원에서의 노력 또한 유의미하지만, 결국 그 너머에 있는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진짜 원인’을 바꿔야한다고 말한다. 그 원인은 당연히 감시 자본주의다. 우리를 잠 못들게하는 스크린 속 sns와 각종 광고, 알고리즘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저자는 아동기 시절에 충분한 창의성을 배우지 못하고 정해진 틀에 갇혀 학습을 반복하는 양상 또한 주의력 결핍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맞지 맞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당신의 집중력을 지킬 수 있습니다’류의 위풍당당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좋았다. 할 수 있는 건 하되 다같이 근본 원인을 바꿔내야만 한다는 행동의 촉구.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해결 방법에는 회의적이었던 내가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은 저자가 몇 주간 인터넷과 단절된 곳에서 보낸 일화 때문이었다. 충분히 사유하고, 걷고, 자연을 보고, 미뤄뒀던 장편 소설을 읽고, 미뤄뒀던 글을 쓰는 하루하루. 내가 바라는 가장 완벽한 하루가 아닌가. 잠깐의 금단현상을 지나 성공적으로 집중력을 되찾았다는 저자의 셀프 실험 결과는, 솔직히 고무적이었다. 2시간이 넘는 영화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만 같고, 심지어 이 책을 읽는 와중에도 여러 번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던 나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이 오로지 개인의 노력에만 집중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방향이 아니라, 훨씬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을 알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나아가는 것이어서 더욱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원인이 ’나약한 나’가 아니라 ‘환경’이라면 스스로에게 다정해질 수 있고, 그 환경을 바꾸기 위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칠 수 있을테니.

결국 회의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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