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포옹
박연준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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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의 에세이 <고요한 포옹>.



얼른 읽고 싶어서 내달리는 마음과 천천히 읽고 싶어서 자꾸만 멈추게 되는 마음 사이를 가누느라 읽는 내내 어쩔 줄 몰랐다. 시인의 고유한 목소리가 여전하다는 것도, 다만 한층 더 깊고 따뜻해졌다는 점도 참 좋았다.



반려묘를 향한 시인의 어쩔 줄 모르는 사랑 앞에서는 나도 언젠가 내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까 꿈꿔보았고, 100권의 책만 곁에 두고 싶다는 소망과 도처에 책이 널려있는 현실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는 더없이 공감했다. (그러나 여러분, 저는 가차없이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떠날 것입니다.. 곧.) 일상의 일들을 가만가만 세심하게 살펴보고 어루만지고 보듬어 보여주는 시인의 문장들 앞에 나도 조심스럽게 상냥해지는 기분.



‘딱 나만큼 쓰겠다’는 문장을 읽고는 끊임없이 미지의 타인과 비교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지금껏 성취 지향적인 삶을 살아왔으니 자동으로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스스로의 어깨를 돌려세울 뿐. ‘어떻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태어나도록.’(70p) 내가 나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은 한순간 마음을 툭 내려놓으면 그처럼 새롭고 설레일수가 없다. 내가 나일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동료의 시와 소설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폭죽처럼 우수수 쏟아져내린다. 이런 마음, 이런 표현은 읽기와 쓰기를 성실하게 해온 사람만이 내보일 수 있는 것이겠지. 박연준 시인의 책을 유독 아끼는 이유.



너무 빨리 읽어버려 아쉽지만, 아껴둔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난다 출판사에서 나온 박연준, 장석주 시인의 공저인데, 반씩 거꾸로 뒤집으면서 읽는(?) 놀랍고 신기한 책이에요!)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위안 삼으며.



덧. 시인님 이번 책도 잘 읽었어요 오래오래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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