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지민 지음 / 정은문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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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작가들의 도시 브루클린. 월트 휘트먼, 제니퍼 이건, 콜슨 화이트헤드, 줌파 라히리가 사는 도시. 이곳에는 책방들이 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들이. 브루클린 책방들은 어떻게 코로나를 통과해 살아남았을까?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때마다 책방을 찾는 사람으로서, 브루클린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었던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동네 서점의 가장 큰 강점은 큐레이션이다. 어떤 서점이든 문을 열고 들어가 한 바퀴 둘러보기만 해도 애정을 가지고 꾸며진 서가라면 단번에 티가 난다. 바꾸어 말하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본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특색있고 알차게 꾸며진 동네 서점들을 나 역시 무척 사랑한다. 브루클린 서점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동네 서점의 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것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임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다. 책 문화의 거점으로서 동네 서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소개된 책방들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센터 포 픽션. 사진 속 책으로 꽉 찬 벽면 서가 앞에 서면 책들을 바라만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도서관이자 책방인 이 곳에서는 멤버십 회원 운영과 작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을 임대한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의 시작을 함께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책방은 작가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가닿는 마지막 순간을 돕는 것‘이기에 책방 운영을 겸허한 일이라 생각한다는 운영자의 말도 좋았다. 이 곳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청담동에 위치한 도서관이자 아트살롱인 소전서림(@sojeonseolim) 생각도 났다. 작가 지원은 물론 크고 작은 전시와 문화 강연을 여는 곳이다. 매년 열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 - 세가방‘ 팝업스토어(@segabang) 생각도 났고. 한국의 멋진 동네 서점들도 브루클린 서점들 못지 않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결국 동네 서점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건 동네 서점을 지키려는 독자들의 마음일지도.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애독자이자 번역가,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의 서점탐방기인지라 동시대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데보라 리비의 신작, 메리 올리버의 시집, 야 지야시의 신작 이야기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번역을 통해 영미권 작가들의 책들을 만나보다보니 고전이나 현대문학이나 똑같이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브루클린 서점에 깔려있을 이들의 책들을 상상하다보니 동시대성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더불어 원서를 발굴해 소개해주시는 번역가, 편집자 등 출판 관계자 분들에 대한 감사도. 그나마 아는 언어로 쓰인 책은 어떻게든 원서를 읽어본다지만 그 외의 언어는 번역가 분들의 노고가 아니면 읽을 일이 요원하니, 결국 나의 독서는 수많은 분들께 빚지고 있는 셈이다. 욕심을 더 부려, 다양한 저자들의 책들을 국내에서 만나보려면 역시 독자들의 니즈가 있어야하려나 싶다. 이번에도 생각하게 되는 건 독자의 마음이다. 동네서점을 지키고,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건 역시 독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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