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고수 - 신 변호사의 법조 인사이드 스토리
신주영 지음 / 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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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법정 에세이라니. 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면 어렵고 무겁겠거니 싶겠지만 이 책은 다르다. 판사나 변호사, 의뢰인과 나눈 대화와 속마음이 흥미진진하게 쓰여져 있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실제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원작 에피소드가 실려있는 책이기도 하다. 비교하며 읽어보면 재미 2배.) 사실 법은 재미없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것이다. 결국 법정사건은 사람 사이의 일이고, 재판도 사람의 일이다. 신주영 변호사의 <법정의 고수>는 법정에 선 변호사와 판사의 마음을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교적 일상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드라마화되기도한 제2자유로 도로구역결정 취소소송 사건이다. 마을 주민들이 행정부를 상대로 건 소송인데, 책 속 상당부분이 이 사건에 할애되어있다. 이 사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어떻게든 재판의 판도를 바꿔보려는 저자의 치열함과 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쾌한 판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본래 판단하는 것은 칼로 자르는 것이기에 재판은 아프지만,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결은 당시자들을 속시원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패소하는 경우에도 말이다. 이상하게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거듭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판장에 서는 궁극적인 이유는 마음의 찌꺼기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그건 승소나 패소와는 크게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판사의 마음, 변호사의 마음, 원고와 피고의 마음. 재판장은 법이라는 기준 아래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곳이지만, 수많은 마음이 깃들어있는 곳이기도 한 것 같다.

책의 시작과 끝에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모두는 어디에 서 있든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순간 짐의 무게는 가벼워지며 성장하게 된다고. 사건을 수임하느냐 마느냐 선택권이 사실상 없다는 변호사의 경우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인 이야기다. 결국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인생을 구성하고, 그 사건들 중 일부는 법정에 선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람 살아가는 일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판을 시작으로 2,3편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이 단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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