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는 화학입니다.˝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 그녀는 꾸밈없는 사람이고,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고, 스스로를 믿는 사람이며, 무엇보다 여성 화학자다. 그러니까 1955년에. 여성이 직업인으로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던 바로 그 시기에.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엘리자베스 조트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는 단연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에게 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화학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남들이 뭐라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을 벗어던지고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로서 분자식을 설명해가며 요리를 하는 그녀는 괴짜같다가도 엄숙하고 진지한 전사같다. (<스토너>에서 1학년 대상 강의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려운 내용을 가르쳤던 스토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단호하고 우아하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바로 자기존중에서 나온다. 스스로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녀가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데뷔작 사상 최고가에 출판권이 팔렸으며, 브리 라슨 주연의 티비 시리즈로 제작 예정이라는 이 작품(드라마화되면 <와이 우먼 킬> 같은 분위기일지도). 왜 찬사가 쏟아지는지 읽어보니 알겠더라. 매력적인 주인공을 비롯해 마치 시트콤의 주인공같은 생동감 넘치는 조연들, 사회적 문제를 꼬집어내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는 문장들, 탄탄한 에피소드들까지 재미있는 소설의 요소들은 전부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역시 현실적인 문제들을 녹여내고 있으면서도 명랑한 위트가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한 방이 있는 작품.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2권, 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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