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멀리서 좋아하던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이 맥주 마시자며 자취방에 초대해준 느낌. 가로등 켜진 한적한 골목길을 같이 걷는 느낌. 손수현 배우의 에세이 <쓸데 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를 읽는 건 그런 느낌이었다.에세이의 매력은 곧 저자의 매력. 저자가 자기 자신을 애써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바로 그때 좋은 글이 탄생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좋은 글이란 솔직한 글이다. 잘나면 잘난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보여주는 글.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은 꽤 매력적이다.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은 ‘3에게‘였다. 이 글에서 저자가 10년 전 사용했던 아이폰3을 꺼내 다시 작동해보는 이야기인데, 차-아-알칵 하는 느린 셔터음을 두고 ‘10년의 시간을 한꺼번에 찍고, 조금 기다리니 현재를 찍는다‘고 표현한 것이 왜인지 계속 기억에 남는다. 10년 전을 돌아보며 지금은 그때보다 또렷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회고하는 문장도. 저자는 아주 일상적인 순간을, 쓸데없었다 치부할 수도 있었던 순간을 선명하게 담아낸다.책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이것이다.‘너는 그래도 좋아하는 거 하잖아.종종 보는 저 문장, 잘 봐 봐. 완벽하게 이탈한 자동차 바퀴 같다.‘ (59p)그런데 이 문장을 지나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도 허리를 꼿꼿이 하자, 쓸데없는 짓은 없으니까. 언제나 반전은 존재하고 모든 것에는 쓸모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저자의 단단하고 씩씩한 마음이 스며들게 된 모양이다. 환영!+) 책 중간중간에 들어간 사진들도, 표지와 판형과 내지 구성도 무척 좋았다. 부담없이 펼치기 좋아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단행본.www.ins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