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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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책 한 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과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영 헛소리는 아닌 것 같다고 대답한 것 같다. 그러다 이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다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책 한 권으로 누군가가 17년 고행을 통해 얻어낸 지혜를 날로 먹을 수는 있겠다고.

이 책은 스웨덴에서 태어나 숲속 승려가 된 저자가 수행하며 깨달은 지혜들을 담고 있다. 무릎을 탁 칠만한 얘기들이 많지만 이것 하나만 얻어가도 17년을 벌 수 있다. 바로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는 것. 문제는 직접 체득한 것이 아니기에 독자로서는 무슨 뜻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만, 잘 기억해두면 꼭 필요한 때에 머릿속에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생각을 굴리며 스스로를 모질게 괴롭힐만한 그런 때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성공도 아니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남들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을 정확히 아는 것, 더 나아가 그 욕망이 내가 아님을 알아차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한 번 알아차렸다고 끝이 아니라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가야 한다. 저자처럼 숲속 승려가 되지 않더라도, 몇 가지 지혜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내 감정에 귀기울이기, 내려놓기, 한 발짝 떨어져서 내면의 작용을 지켜보기 같은 책 속에 나와있는 지혜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가장 즐겁게 읽었던 부분은 저자가 내면의 고요를 찾아 떠난 숲속 사원에서 도반들과 24시간 붙어지내며 뜻밖의 인간관계 정화 기회를 만난 이야기였다. 사원의 엄격한 규율과 프로그램들이 수행의 핵심이기에, 오히려 사원 생활이 바깥 세상보다 더 힘들면 힘들었지 덜하지 않다는 것. 명상 공부를 하면서도 종종 들었던 이야기인데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만나니 더욱 흥미로웠다.

표지와 내지에 들어간 토마스 산체스의 그림들도 정말 아름답고, 글이랑도 너무너무 잘어울린다. 내용은 뭐, 여러번 들춰보고 필사하며 새길만큼 좋다. 웬만한 자기계발 서적보다 더 필요한 이야기.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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