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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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ing my cool.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용기, 다른 하나는 지혜.

길바닥에서 깡패를 흉내내며 흑인 또래 집단에 들어가고자 애쓰던 소년이, 다른 누군가가 되려는 노력을 멈추고 맨 얼굴의 자기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 <배움의 기쁨>.

알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되었을 때, 저자가 집요하게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되물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들 덕분이다. 흑인으로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사회학 박사학위까지 따낸 저자의 아버지. 온화한 독재자였던 아버지가 저자에게 준 것은 바로 지혜다. 책 속에서 훌륭한 조언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지혜.

그리고 저자에게는 용기가 있었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냥 걸어나올 수 있는 용기, 무지를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용기, 자라온 환경과 물리적인 거리를 둘 수 있는 용기, 과거의 신념을 깨끗하게 뒤로할 수 있는 용기. 가장 결정적으로, 자기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용기를 가진 자만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

저자는 흑인 사회의 정신적 빈곤이 바로 그들의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빈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흑인뿐만 아니라 집단 속에 숨은 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빈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 내가 아닌 다른 누가 되려고 하지 말라, 집요하게 묻고 또 물으며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아내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어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알 속에 머무를 것인지, 껍질을 부수고 나올 것인지도 선택이다.

빠르게 읽었지만 곰곰히 생각할 것들이 많았던 책.

‘우리는 스스로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가 동경하던 래퍼과 깡패들처럼 오만과 허세라는 넝마로 자신의 무지를 가리고 있었다. 개성있는 인격체로서 자신을 계발하는 것보다 고정관념의 화신이 되는 쪽이 훨씬 쉬웠다.‘(144-145p)

+ 책을 다 읽고나니 <배움의 기쁨>이라는 제목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이 책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읽게된 이유가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과 비슷한 제목이어서였던 터라, 마케팅적으론 좋은 제목이겠구나 싶다. Losing my cool이라는 원제가 훨씬 멋지긴 하지만.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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