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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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를 마음껏 그리워하는 일, 그와 함께한 날들을 추억하는 일, 그의 빈자리를 향해 몰려오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일. 크리스티앙 보뱅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 해 가을과 겨울, 작은 글의 정원을 가꾼다. 사랑과 자유와 지혜로 가득했던 여인 지슬렌을 향한 ‘그리움의 정원‘을.



이 책의 제목은 ‘그리움의 정원에서‘이지만 보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그는 지슬렌이 얼마나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한다. 삶의 순간순간을 사랑으로 살아냈던 지슬렌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의 천재였는지 말이다. 보뱅은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슬픔에 빠져있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슬픔조차 감싸안는 것이 ‘사랑‘임을 발견해낸다. 그러니까 보뱅은 모든 순간에, 심지어 사랑하는 이가 곁을 떠난 순간에도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의 본성은 사랑이기에, 슬픔과 그리움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깊이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삶을 사랑으로 살아냈던 지슬렌을 그리는 연서이자 삶을 향한 찬가다. 사랑하는 이에게 배운 그대로 삶을 사랑하겠다는 투명한 다짐이다.



책 속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질투에 관한 구절이었다. 보뱅은 질투에 연루된 건 ‘불현듯 광기에 사로잡힌 한 사람‘일 뿐이며 그 안에서는 ‘오로지 나, 나, 나 기필코 나만을 외치는 소음과 분노에 찬 말‘만 소용돌이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질투란 사랑하는 이를 소유해야만 한다는 욕망이 일으킨 고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질투에서 자유로지면 우리는 언제든 질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지위와 소유와 욕망 같은 건 전부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그냥 지금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 불평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그냥 웃으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고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날, 이 구절을 읽고 단숨에 고통에서 풀려났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인식의 전환을 일으킨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게될 것 같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냥 쥐고 있었던 걸 놓으면 될 일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 자리에 사랑이 있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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