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술라이커 저우아드 지음, 신소희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수전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을 넘나든다. 기대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 이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스물 두 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약 4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살아남은 술라이커 저우어드는 두 왕국을 넘나드는 자신의 여정을 솔직하고 가감없이 그려낸다. 처음 증상을 느꼈을 때부터 환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 끝까지 자신을 지탱했던 글쓰기와 사랑, 이후 건강의 왕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자동차 여행까지. 이 책은 한 인간이 자신을 이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자신을 처음부터 하나씩 받아들여나가는 이야기다.

질병과 고통만큼 삶의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한 번 이것과 마주한 사람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회복은 익숙한 내 모습을 영원히 버리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저자는 생존확률 35퍼센트를 뚫고 살아남았으나 꿈과 사랑, 정체성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찾아나가야했다. 세상은 병에서 살아남은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예전과는 영영 달라진 몸과 면역체계를 이끌고 다시 처음부터 자립해야하는 건 전부 자기 자신의 몫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투병 칼럼을 읽고 편지를 보낸 이들을 만나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보통 사람보다 아주 느린 속도로, 그러니까 새로운 그녀만의 속도로. 내밀한 이야기를 자기연민 없이 그러나 솔직하고 용감하게 드러내는 저자의 태도는 무척 매력적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여정을 떠나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닮았다.

삶은 계속된다. 병을 진단 받은 뒤에도, 화학 치료를 받은 뒤에도, 성공적으로 치료가 끝난 뒤에도. 그게 무엇이든, 병이든 고통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우리는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그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는 술라이커 저우어드의 경이로운 이야기를 통해 ‘고통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삶을 고통에 빼앗기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설령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야 할지라도.

​+ 원제 ‘Between Two Kingdoms‘도 좋지만, 한국어 제목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도 정말 좋다.

++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근황을 찾아보다가 병의 재발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근황을 알리며 프리다 칼로의 ‘나는 나의 뮤즈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다. 내가 더 잘 알고 싶은 주제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와 나의 몸과 질병과 고통과 삶. 용기와 희망. 그녀가 남긴 모든 문장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인함을 본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