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더카머 - 시, 꿈, 돌, 숲, 빵, 이미지의 방
윤경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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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기다려왔다. 원형을 파고들어 독창적이고도 섬세한 언어로 기억을, 예술을, 문학을 그려내는 글. 에세이라면 마땅히 어떠해야한다는 분별을 부수는, 내면의 심연에서 길어내는 독특한 문장들. 윤경희의 <분더카머>.



‘분더카머’는 근대 유럽 초기 지식인들이 진귀한 사물들을 수집하여 진열한 공간을 뜻하는 말이다. 경이로운 사물들의 방. 이러한 제목에 걸맞게 책 속에 실린 글들은 곧 저자의 고유한 기억 시공간의 보물들이다. 어린시절의 단칸방에서, 파리에서, 베를린에서, 저자를 사로잡은 문학과 예술에게서 나온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즐비하다. 지적이고도 감각적이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원형의 이야기 속에서 반짝이는 저자의 언어는 그야말로 경이롭다. 은폐되기 직전의 마음 깊은 곳의 진실들. 이런 문장들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체험된다. 가령, ‘나는 은합에 가장 붉은 심장을 도려내 주려는데 너는... 차마. 어쩌나. 내 선물을 받아주겠니. 쓰레기라 비웃을 거니. 나는 두렵다. 나는 글을 쓸 수가 없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다.’ 하는 문장들. 어떻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다는 건, 현실에서 의식의 무게를 지워내고 마음을, 우주를 여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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