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와인 한 잔 가져다두고 읽으면 더없이 어울릴 책. 피에르 베르제가 먼저 세상을 떠난 동반자 이브 생 로랑에게 반 년동안 쓴 편지들이 담긴 서간집이다. 50여년간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두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무척 각별할테다.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의 연인을 그리워하는 구구절절한 이야기에 마음을 열지 않기는 힘들겠지만.



편지는 약 6개월 동안, 두 사람이 수집한 예술품 경매가 사상 최고가로 치러진 시기를 통과한다. 베르제의 문장은 슬픔이 깃들어있음에도 무척 아름답다. 특히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그 순간은 얼마나 찬란했는지, 함께 했던 날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회고하는 장면은 당장이라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동반자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가하면 베르제는 말년의 이브 생 로랑을 두고는 가차없이 솔직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너는 언제나 조난자였지.’) 가장 가까이에서 단단한 믿음과 애정으로 함께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모든 문장에 그리움이 서려있다.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인데도 다 읽고 나니 여운이 길다. 아름답고 쓸쓸한 연서.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가 그랬듯,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정확히 바라봐줄 평생의 연인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제대로 알아볼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 굳이 나타내려하지 않아도 글마다 배어나는 베르제의 예술적 안목에도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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