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유서 움직씨 퀴어 문학선 2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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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묘진이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 끈질기게 삶을 계속했더라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린 소설을 읽을 수도 있었을까. 구묘진은 스물 여섯의 나이에 자살했고 소설 속 화자 또한 죽음을 선택했다. 아무리 자전적인 소설이라지만 작가와 화자를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타이완 퀴어 문학계의 전설적인 존재, 구묘진의 유작 <몽마르트르 유서>.



강렬하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끈덕지게 배어나는 사랑, 우울, 죽음의 향기. 물론 그중에서도 제일은 사랑이다. 소설은 여러 실험적인 형식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파리에 남은 주인공 조에가 타이베이로 떠난 연인 솜에게 쓴 편지들이 주를 이룬다. 그의 문장은 관능적이고 애절하며 동시에 철학적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은 모두 네게 지도록 허락하는 것이다”(117p) 이 사랑의 밀도높은 순수함과 비극성 앞에서는 무릎꿇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죽는다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마지막 화해이며, 혐오와 뒤엉킨 내 깊은 사랑과의 마지막 화해인 것이다. 또한 솜의 삶과 화해하는 마지막 방식이다.”(107p)



가능하다면 소설 속으로 뛰어들어가 비극의 장막을 걷어주고 싶다. 예정된 끝을 찢어버리고 다시 쓰고 싶다. 어떤 이의 사랑은 뼛속 깊이 솔직해진들 이루어질 수 없어서 결국 죽음으로 완결되어야(재시작되어야) 함을 안다. 그러나 세상이 동성 간의 사랑을 배척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했을까.



<악어노트>를 읽고서도 그랬듯 이번 책에서도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구묘진이 남긴 모든 글을 읽고 싶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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