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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평점 :
(*광고)
정신없이 빠져들만한 소설을 찾고 있던 내게 딱 걸린 책. ‘우주 생존 스릴러‘라는 말에 혹했고, 주인공이 여성 사령관이라는 말에 끌렸고, 아름다운 표지에 완전히 넘어갔다. 바로 소설 <갤럭시> 이야기다. 유로파 탐사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메이가 험난한 여정을 거쳐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광활한 우주에 홀로 떨어져 고독을 인내하는 메이의 모습이 남일같지 않았던데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위기상황이 어찌나 쫄깃한지 제법 두툼한 책인데도 굉장히 빠르게 읽었다. 우주, 여성, 생존 스릴러 - 이 세가지 키워드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분명 이 소설의 매력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소설은 탐사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인공 메이가 의무실에서 홀로 깨어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메이는 인공지능 이브의 도움을 받아 본연의 굳은 의지를 회복해나간다. 사실 메이는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인물이다. 과거 지구에서 있었던 일들이 하나 둘 겹쳐질수록 그의 미숙한 면 또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메이가 스스로를 계속해서 돌아보는 인물이라는 점, 특유의 정신력으로 자신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간다는 점이 결국에는 그의 편이 될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 모든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기 의심을 통제하는데 성공한 한 여성의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계‘다. 그중에서도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은 메이와 남편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과의 관계다. 탐사 전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았던 그들의 관계는 메이가 처한 재난 상황과 단기기억상실의 영향으로 다시금 재정립된다. 가늠할수도 없이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뭉클하다. 이렇게 보면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가장 소중한 관계‘에 대해, 그것이 주는 유일무이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메이와 인공지능 이브의 관계도 무척 흥미롭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우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메이가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지어준 이브라는 이름 덕에 그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렇듯 단순히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있게 생각해볼만한 지점들이 많은 소설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소설 속 묘사가 굉장히 생생해서 마치 영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소설 속 장면들이 그려진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제 끝인가보다‘하면 바로 다음 사건이 시작된다. 영화화를 염두에 둔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 그런 의미에서 <그래비티>와 <마션>의 팬이라면, <승리호>의 선장 캐릭터에 빠진 이들이라면 이 소설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나는 이 소설이 흑인 여성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사령관이 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 대해서 구구절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만 줄이며, 이 멋진 이야기를 직접 읽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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