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로 돌아갈까>(캐롤라인 냅과의 우정을 그린 회고록)로 인상깊게 기억하고있는 게일 캘드웰의 최근작. 제목은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이다. 저자의 네번째 회고록이지만 국내에는 두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인지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웃 소녀 타일러와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과 그를 구원해준 페미니즘의 영향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다.70대의 게일 캘드웰이 들려주는 과거 이야기는 언뜻 빛바랜듯 희미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은 저자 본인이 치열한 방황과 아픔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그 시기를 평온하게 되돌아볼 수 있을만큼 성숙했기 때문이다. 온화하고 다정한 그의 문장은 오히려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그는 불안정했던 젊은 시절 마주했던 수많은 사건들, 미성숙한 결정들, 돌이킬 수 없는 과오들을 포장하지 않고 덤덤히 풀어놓는다. 그의 문장은 과거의 자신을 토닥이는 손짓같기도 하다. ‘슬프지만 손쓸 수 없다. 그녀가 살아 내서 다행이고, 살아 내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워 했던 것에 안쓰러움을 느낀다.’(120p) 게일 캘드웰의 글은 깜빡거리는 스냅사진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대학원에서 도망치던 날, 퓰리처상을 받고 홀로 자축하던 순간, 낙태를 하기 위해 멕시코로 향했던 어느 밤, 캐롤라인 냅과의 만남..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거나 탓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올곧다. 특히 문장마다 스며든 그 사려깊음에 예기치 못한 감동이 있었다. 아마도 이 책과 같은 회고록은 자기 자신을 용서한 사람만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내던져버리고 싶을만큼 격렬한 불안에 시달리는 지금의 나를 수십년 후의 내가 다정히 회고하리라 생각해보면 굳은 표정을 살포시 풀게 된다. ‘살아오면서, 지나온 것들보다는 앞에 놓인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256p)는 그의 말을 그대로 읊조릴 미래의 나를 기다리며.마지막으로 지극히 공감했던 문장.‘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잘 안다. 여성운동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던 나 자신을 찾게 해줬다. 여성운동이 빠진 나의 삶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