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거릿 애트우드의 <글쓰기에 대하여>.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 여섯 번의 강의를 묶은 책이다. 사실은 책 속에서 <시녀 이야기>나 <그레이스> 같은 대작을 대체 어떻게 썼는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 책은 작법서라기보다는 보다 원론적인, ‘작가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한 책이다. 작가란 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은 왜 글쓰기에 빠져드는지, 대체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지!



책을 읽다보면 이 강의는 늦은 밤, 간접 조명 몇 개만 켜둔 오래된 도서관에서 진행되었을 것만 같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단테,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뒤라스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소환한다.(원제:Negotiationg with the Dead) 어쩌면 그는 이 강의를 통해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된 작가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는 듯하다. 독자들이 작가들에게 항상 궁금해하는 것(글을 어떻게 쓰나요? 글을 왜 쓰나요?)부터 작가들 자신조차 답을 모르는 것들까지(이 글의 독자는 누구인가?)말이다. 그는 ‘글쓰기는 어둠, 그리고 욕망이나 충동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문장, 그리고 ‘모든 작가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는 문장들로 정리를 이어나간다. 강의록이 바탕이 된 글이어서인지 그의 지적이고 유려한 사고 흐름을 함께 유영하는 듯하다. 확실한 건 그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는 것.



작가는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일 수밖에 없고, 반대로 독자들 중 일부는 언젠가 작가가 될 수밖에 없다.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끊기지 않고 반복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무척 신비롭다. 그 와중에 작가와 독자가 끊임없이 서로의 정체를 궁금해한다는 사실은 영원히 잡히지 않는 자신의 꼬리를 찾아다니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여섯 번의 독립된 강의들에서 보여주는 작가와 글에 대한 사유는 무척이나 깊이있고 용감하다. 그는 단칼에 정리될 수도 없고 정리해서도 안되는 주제의 심오한 이야기들을 무척이나 지적이고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팬으로서는 책 속에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음에도 그라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알게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이 다음에 그의 작품을 읽을 때는 ‘선생님 우리 작가와 글쓰기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으니 이제 친구 맞죠? 잘 읽을게요‘라고 말하며 첫 장을 펼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