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줄 의미 찾기의 기술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황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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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현대인은 실존적 공허함에 시달리면서도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중독되어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지 못한다. 남들이 한다니까 따라하고 남들이 본다니까 다 본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해결되지 못한 공허함이 드러누워 있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떠올리자마자 막연함과 불안함이 치밀어오른다. 당장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니 슬며시 구석으로 치워놓는다. 그러나 언젠가 직면해야할 순간을 계속해서 회피하다보면 이 질문은 불쾌한 손님이 되어 시도때도없이 행패를 부린다. 답은 언제 내줄거냐고. 언제까지 막연함과 불안에 떨며 살아야하냐고.



철학자 프랑크 마르텔라의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에서는 어쩌다 현대인이 실존적 공허함이라는 크레바스에 빠져버렸는지부터, 앞서 이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 마침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 방법이 적혀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도 기술이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삶은 원래 부조리하다고 인정하고 어제와 같은 일상을 시작하는 것과 저자의 안내를 따라 ‘부조리함의 도전을 견뎌낼 세계관을 구축‘(24p)하는 것. 내 선택은 당연히 후자다.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덧붙여 실존에 대한 불안까지 덕지덕지 끌어안은채로 무거운 발걸음을 걸었던 날들과는 이만 안녕을 고하고 싶다. 지지부진했던 과거는 잊고 지속 가능한 행복과 가치있는 선택들로 내 인생을 채우고 싶다. 그리하여 마치 새로 태어난듯 가볍고 뿌듯한 마음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



결말을 먼저 읽고 곧바로 해결책을 얻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나는 책 속의 순서를 어겨본 적이 없는 사람. 어김없이 첫장부터 차근차근 나아갔다. ‘심연을 건강하게 관찰해야만 그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길을 찾을 수 있다.‘(29p) 저자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무심한 우주, 행복이라는 허상(˝행복은 감정에 불과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46p)), 소비만능주의까지 그동안 인생의 의미로 대두되었던 후보들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그 다음은 우리가 언제부터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불과 2-300년 전이라고. 과학적 세계관의 도래 이후 인간은 각자의 삶의 의미를 선택할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과학은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미약한 개인은 어떻게 실존적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인생의 의미를 ‘인생의 의미‘와 ‘인생 안에서의 의미‘로 구분하며 후자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위로부터 주어지는 의미를 찾기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의미를 경험하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말이다. 오직 자기 자신만의 유일한 가치를 만들어가라는 것이다. ‘관계 맺음, 자율성, 선의, 유능감’이라는 네 가지 도구를 통해서.



전부 유익하고 그럴듯한 조언이지만 나는 어쩐지 심통난 기분이 되었다. ‘이런건 이미 다 안다고요!’하고 신경질부리고 싶은 심정이었달까. 하지만 어떤 문장을 읽고는 예상치못하게 감동을 받은 나머지 마음이 찌르르 울리는, 아침 지하철에서 겪기엔 지나치게 감상적인 경험을 했다. 그건 바로 ‘인생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야기다’(223p)라는 문장이었다. ‘인생은 음악과 같은 일이고, 당신은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춰야 한다.’라는 문장은 어떤가. (책 속 문장을 살짝 바꿨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 나의 인생. 책을 읽는 내내 종이가 뚫어져라 밑줄을 그으며 인생의 의미를 찾았던 내 모습이 허망하게 겹쳐진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누군가가 내 인생의 의미를 말해주기를 기다리며,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대신 써주기를 기대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멍하니 빈 종이를 바라보며 훌륭한 이야기가 저절로 나타나기만을 꿈꾼건 아닐까. 당장 펜을 들고 쓰는 것이 답인 것을. 결국 삶은 이야기다. 내가 써야하는 나의 이야기.



삶의 의미는 바로 ‘지금’. 소란스러운 카페에서 나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창 밖으로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구름으로 촘촘히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는 바로 ‘지금’. 또다시 답 없는 고민에 빠져들며 ‘지금’을 유보하는 일을 막기 위해 당분간 이 책을계속 지니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도 손색없을 휼륭한 안내서인 이 책을.





+ 황홀한 내지 디자인!

++ 뉴 필로소퍼 읽고 이 책 읽으면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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