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이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저자가 일 년 동안 자기 자신과 나눈 대화를 슬쩍 엿볼 수 있는 책, 이석원 작가의 신작 <2인조>다. 저자가 오랜 시간 음악인으로 또 작가로 대중 앞에 서 온 이여서인지, 그가 지쳐버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날 때부터 2인조‘다. 그러니까 저자의 이야기는 자기 자신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조금 더 솔직해지자. 저자의 이야기는 그가 25년 만에 병원을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야 백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병원 상담에서부터 시작하는 에세이는 지난 몇 년간 과하게 접했기 때문에 이 책을 계속 읽어도 될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의 전작들을 읽으며 쌓아온 믿음 덕분에 계속 읽어보기로 했고, 중반부쯤 갔을 때 완전히 빠져들었다.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문장 덕분에 더욱 정신없이 읽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쉽게 읽히지만 한 문장도 허투루 쓰여지지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저자가 스스로를 마주하며 적어내려간 일 년 동안의 기록을 찬찬히 따라 읽으며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과도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사실 오늘날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는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얼마나 깊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대화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