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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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동안 내내 곁에 두고 있었던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불확실한 날들이란 과도기,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날들이다. 책 속에는 탄생과 죽음, 상실과 애도, 생명력과 자연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사사로움에서 자연의 자연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연에서 개인으로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많은 부분을 오래도록 필사하며 읽었다. 대출 기간을 연장하고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한 달 중 대부분의 시간에 이 책은 책상 위에 그냥 놓여있었다. 이 책은 아주 가끔 나에게 어떤 깨달음 - 불확실한 날들에게 지지 말라는, 받아들이라는, 변화의 때를 기다리라는 - 던지면서 그냥 놓여있었다. 책 표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펼쳐들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지만(정곡을 찔릴 거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책을 손에 들었을 때는 한 장 한 장을 공들여 찬찬히 보았다.(그리고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필사.)



삶은 속도전이 아니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조급함과 불안으로 몸과 마음이 꽉 막힌 것 같았던 지난달, 불확실한 날들이라는 말조차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 끝내는 기어이 와닿고야 말았던 책.



애도와 죽음, 무한한 순간에 대한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시간의 수평적 흐름과 수직적 흐름에 관한 문장을 읽고 나는 다시 순간을 긍정하게 됐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만이 나의 것이고 나의 시간을 경험하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며 결정적으로 나는 나의 시간을 어떻게 느낄지 선택할 수 있다. 연휴가 끝난 것이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이미 매 순간이 기적이니까.



깊은 사유와 지혜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책이다. 각자의 과도기를 겪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시대적 과도기임이 확실한 작금의 시기를 어떻게 지나야 할지 막막할 때 읽을 것을 권한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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