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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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찾아보다가 ‘올해의 발견’이라는 평을 봤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정도란 말이야? 좋고싫음은 주관적이지만 대체로 많은 이들이 좋다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시와 산책> 이야기다.



책 곳곳에 고요한 별빛같은 문장들이 있다. 특히 행복과 꿈결, 침잠에 대한 글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산책하는 사람은 느리게 걷는 사람이고 주변을 돌아보는 사람이고 풀과 나무와 꽃과 고양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마음이 문장으로 빚어진다면, 글이 된다면, 책이 된다면.



그리고 시. 이 책에는 에밀리 디킨슨, 실비아 플라스, 페르난도 페소아, 파울 첼란, 릴케 등 사랑하는 시인들의 시들이 등장한다. 나는 좋아하는 시와 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나에게 시는 지나치게 내밀하게 느껴져서),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시 이야기를 하면 곧장 주의를 기울이곤 한다. 남몰래 그 사람의 내면을 엿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기란 어렵다는 말이다. 더욱이 산책하는 이가 고른 시라면.



근래 마음이 소진되어 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책과 긴 산책으로 조금은 위안이 된 것 같다. 오늘은 자기 전에 로베르트 발저와 에밀리 디킨슨을 읽어야겠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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