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킹>을 읽고 나서 그녀의 다른 책을 갈급하게 찾아봤던 날이 선연하다. 한 권의 책을 읽고나서 그 책이 너무나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나머지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게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드문 작가들 중 한 명이 바로 캐럴라인 냅. 그녀의 유고 산문집 <명랑한 은둔자>가 출간되었다. 명랑한 은둔자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표현이 사실은 너무나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는다는 것을 아는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한참동안 기분이 좋았다. 나 자신 또한 또 한 명의 명랑한 은둔자이기 때문이다.냅의 글은 솔직하다. 그의 글에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사람만의 솔직함이 있다. 도입부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그냥 가볍게 공을 툭 던져보는 식이지만 이내 투명하고 정확하게 다음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이야기의 흐름에 정신없이 빠져들다보면 마치 냅이 옆집에 사는 가장 친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허공에 대고 맞장구를 치고 싶어진다. ‘맞아. 나도 그래!‘ 자기 자신에 대해서 포장 없이 담백하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의 글에는 자의식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항상 놀랍다. 이렇게 다 써도 되는거냐고 그에게 묻는다면 냅은 명랑하게 어깨를 으쓱하고 다음 글을 써내려갈 것만 같다. 총 다섯 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열렬히 읽은 챕터는 맨 앞에 실린 ‘홀로‘다. 고독과 고립의 차이, 외로움과 수줍음, 자신의 일상을 홀로 온전히 꾸려나가는 기쁨에 대한 글들이 모여있다. 절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고독을 사랑하지만 고립되고 싶지는 않은 사람으로서, 마음과는 달리 항상 쭈뼛거리는 수줍은 사람으로서 정말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지적이고 유려한‘ 캐럴라인 냅의 글을 나는 앞으로도 몇번이고 계속해서 읽을 것 같다.www.intagram.com/vivian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