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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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금희의 두번째 장편소설 <복자에게>. 소설은 초등학생 영초롱이 제주 고고리섬의 고모와 잠시 같이 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영초롱의 유년시절과 함께 그려지는 제주의 풍경, 제주의 역사와 아픔, 제주 사람들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판사가 된 그녀가 제주로 발령을 받으며 계속된다. 영초롱이 어린시절 친구인 복자와 재회하게 되는 것도 다시 제주로 온 다음의 이야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린시절 각자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단짝이 된 영초롱과 복자가 어른들의 일로 멀어지게 되는 장면이다. 제주 섬의 풍경과과 어우러지는 ‘어른같은 기만의 기술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 말이다. 제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잘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풍경과 인물들의 마음 묘사와 더불어 이 소설이 제주의 의료원에서 있었던 산재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만하다. 소설속에서는 이 사건이 어른이 된 영초롱과 복자가 다시 마음을 모으게 되는 계기, 그러니까 ‘나‘와 ‘너‘가 다시 ‘우리‘가 되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이 사건을 빌어 회복의 시작을 힘주어말하고 있는 것도 같다.



저자의 소설을 읽을 때면 문장 문장이 그려내는 섬세하고도 정확한 위로에 매번 놀란다.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물들의 실패와 아픔과 슬픔과 고통과 절망을 다정하게 살피며 한발자국씩 나아가는 문장들. 그중에서도 계속 기억나는 문장은, 저자가 고른 문장이기도 한 ‘실패를 미워했어‘다. 그러나 뒤이어 다짐해본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 하지 말자‘(243P, 작가의 말)고. 결국 이 소설은 최선의 사람이 되어보자는 다짐이기도 한 것 같다. 제주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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