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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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는 현대사의 격변기를 통과하며 예사롭지 않은 삶을 살았던 심시선 여사와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다. 또한 가부장제가 아닌 가모장제를, 한 세대의 여성에서 다음 세대의 여성으로 이어지는 용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세상을 떠났지만 소설 속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선보이는 심시선과 그녀를 기억하며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그의 자식과 손주들.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홀린듯 읽었다.



소설의 각 장은 심시선의 글들로 시작되는데, 그 독특하고 솔직한 문장들을 읽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역사가 보일락 말락 했다. 한국, 하와이, 독일을 넘나들며 살았고 세 번의 결혼을 했으며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고 수필을 썼던 심시선. 남은 가족들이 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그를 기억하고 있는지를 힌트삼아 심시선을 상상하며 읽었다. 예민하고 섬세하며 강인하고 솔직하며 빈틈도 많았던 20세기의 한 여성이 그려진다.



환경 문제와 폭력의 역사에 대한 섬세한 시각,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 그리고 인물들 간 대화의 리듬감 또한 기억에 남는다. 쉴 새 없이 재미있게 읽히지만 독자로하여금 인간으로 살아가며 지고 있는 어떤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그러니까 내게 <시선으로부터,>는 더 나은 세계로의 가능성을 꿈꾸게 만드는 소설이고, 밑줄을 그으려고 연필을 들었는데 이대로 긋다가는 책 전체에 밑줄을 그어버릴 것 같아 조용히 연필을 내려놓게 만드는 소설이자 책을 즐겨읽지 않는 지인들에게도 망설임없이 건네줄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죽는 날까지 쓰겠다‘는 문장을 읽고 그렇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정세랑의 독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곧!) 다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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