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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 동서양을 호령한 예술의 칭기즈칸 ㅣ 클래식 클라우드 18
남정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내가 백남준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이게 전부다. 어렸을 때 국립현대박물관 과천관에서 ‘다다익선‘을 보고 참 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있다. (실제로 백남준이 국내에 알려진 것도 뉴욕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라고.) 그러던차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백남준을 만나게되었다. 한국, 일본, 독일, 미국에 걸친 백남준의 궤적을 따라가보는 숨가쁘도록 알찬 여정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이 책은 백남준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입문서로 제격이다. 저자는 백남준의 생애를 따라 한국, 일본, 독일, 미국 네 나라를 돌아다니며 그의 흔적을 살핀다. 특히 백남준이 케이지와 보이스를 만나 행위예술가로 거듭난 독일에서의 일들이 비교적 세세하게 적혀있다. 나처럼 백남준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가 흥미의 실마리를 얻기에 충분한 책이다.
백남준은 한 권의 책으로는 담기 벅찬 인물인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일화들만 해도 범상치 않다. 열 네 살때 접한 쇤베르크의 음악에 매료되어 당시로서는 난해하기 그지없었던 음악세계를 탐구해나간 것, 이를 기반으로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펼친 것, 플럭서스 운동, 비디오 아트 등등.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그가 선불교와 노장사상으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원래 예술품은 즐거워야 하는거지, 내일이면 시시해져.‘라던 그의 말. 불과 수십년 전 그가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혁신적으로 드러낸 설치 작품들이 하나 둘 고장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그때 당시에도 이미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 밖에 1990년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난 요제프 보이스를 기리기 위해 했던 진혼굿 퍼포먼스 이야기도 충격적이었고. 그가 광적인 독서가였다는 사실도 뇌리에 남는다.
2006년 세상을 떠난 백남준. 이 책을 읽고 나니 실마리가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그의 세계가 더 궁금해진다. 범상치 않은 인물이자 세계적인 예술가라는 사실은 자명하겠고, 이제 그의 작품을 만난다면 전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덧. 작년 서울경제에 연재된 칼럼 ‘인간 백남준을 만나다‘시리즈도 함께 읽으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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