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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마무라 나쓰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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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감지 않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보라색 치마’라고 부른다. 화자인 ‘나’는 ‘보라색 치마’와 친해지겠다는 목표를 가진 인물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구인란이 ‘보라색 치마’의 눈에 띄도록 두기까지 한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공을 들인 덕분인지 ‘보라색 치마’는 ‘나’가 일하는 호텔에 일자리를 얻는다.
기묘한 소설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말년의 마츠코(<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를 연상케했던 ‘보라색 치마’는 점점 ‘정상인’이 되어가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나’는 스토커에 가까워진다. 도대체 왜 ‘나’는 ‘보라색 치마’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걸까? 왜 ‘나‘는 당당히 말을 걸지 않고 끊임없이 겉돌며 관찰만 하는걸까? 이 소설은 의문점 투성이다.
거듭 생각할수록 이 소설의 장르는 스릴러같다. 독특한 인물이었던 ‘보라색 치마‘가 점점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가 되어가면서 비교적으로 선명해지는 ‘나‘의 집요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어째서 ‘나’는 생활의 모든 초점을 ‘보라색 치마’에게 맞추고 있는가? 독자는 끝까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나’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화자인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보라색 치마‘를 쫓아다니는데 정신이 팔려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쌓아지는걸까? 소설 속에서 ‘나‘는 호텔에 취직한 사람들이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문득 타인과 제대로 관계를 맺을줄 모르는 현대인들이 떠오른다. 젊은 세대일수록 사무실에 걸려오는 낯선 전화를 받기 어려워한다는 뉴스 기사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나‘가 자꾸 ‘보라색 치마‘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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