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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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작가 누구야? 절반쯤 읽고 저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온갖 정보를 쓸어담았다. 아직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은 다른 책들의 제목도 메모장에 휘갈겼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저자의 전작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았다.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은 소설이라기에 기대 반 의심 반 상태로 펼쳐들었는데 읽고 나니 과연 찬사를 받을만한 소설이었다.



주인공 마린은 뉴욕의 대학 기숙사에서 홀로 메이블을 기다리고 있다. 마린과 메이블은 둘도 없는 친구였고 어쩌면 막 연인이 되려는 참이었다. 그러니까 마린의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후 마린은 모든 연락을 끊고 학기 시작 전에 무작정 뉴욕으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이윽고 소설의 첫 챕터에서 마린은 몇 달 만에 메이블을 마주하게될 참이다. 소설은 마린와 메이블의 재회가 이루어지는 크리스마스 언저리의 현재와 마린과 할아버지가 단 둘이 살았던 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 사이의 빈 시간, 그러니까 마린이 겪어야 했던 일들과 마린과 메이블의 복잡한 관계는 서서히 드러난다. 매력적인 서사 구조다.



책을 읽으며 가장 황홀함을 느끼는 순간은 나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언어를 찾았을 때다. <우린 괜찮아>가 내게 바로그런 책이었다. 마린에게 일어난 일과 나에게 일어난 일은 다르지만 마린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 슬픔만큼은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불과 일 이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영영 헤어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 회피하는 것,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으면서도 애써 거절하는 것…. 모두 뼛속까지 익숙하다. 그리고 <나사의 회전>, <백년 동안의 고독>, <제인 에어>, 실비아 플라스를 사랑하는 소녀라니!



어른이 되려는 찰나 몰아닥친 비극과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놓인 소중한 관계. 이 두 가지가 씨실과 날실처럼 소설의 두가지 축을 이룬다. <우린 괜찮아>는 성장 소설이며 전형적이지 않은 퀴어 소설이다.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감정 묘사가 뛰어난 수작이다. 더불어 결정적이고 깔끔한 마무리까지! 이건 비밀인데 사실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한 번 더 읽었다. 상황을 전부 파악하고 다시 읽으니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연달아 두 번 읽고도 재미있다니.



<리틀 라이프>를 아끼는 만큼 이 책, <우린 괜찮아>를 아끼게 될 것 같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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