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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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에세이, <소란>이 난다 출판사에서 새 옷을 입고 나왔다. 같은 글들이지만 북노마드에서 나왔던 버전과는 다르게 묶였고, 책의 판형과 활자, 표지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글들인데도 처음 읽는 것 같았다. 물론, 좋았다.



<소란>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랑도 슬픔도 외로움도 넘친다. 조금은 날카롭고 방어적인 것도 같다. 그렇지만 비장함 또한 느껴진다. 다 사랑하고 나서, 다 울고 나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소란>의 저자가 몇 권의 책을 지나 <모월모일>에 당도했다고 생각하면 좀 멋지다.)



몇 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아주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 나를 둘러싼 환경도 나의 태도도 전부 변했다.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과연 그런가?) 같은 책을 여러번 읽을 때의 묘미는 과거의 자신 또한 겹쳐보인다는 것. 당시 나는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바보 이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라는 글을 특히 아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때는 알고서도 외면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가장 아끼는 글들 중 하나다.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소란>이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밝힌다. 또한 당시 글을 쓰면서 아무도 볼 것 같지 않아 자유로웠노라고. 당신이 생의 어느 구간을 지나고 있든 ‘어림’을 사랑하는 이라면 단번에 이 책을 아끼게 될 것이다. 나처럼.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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