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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ㅣ 정희진의 글쓰기 2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0년 2월
평점 :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에 이은 정희진의 글쓰기 두번째 책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이 책에는 전작에 이어 저자가 한겨례에 연재했던 ‘정희진의 어떤메모‘ 칼럼 63편이 실려있다. 저자는 각각의 글마다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며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적는다. 그러니 이 책을 일종의 서평집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서문에 적힌대로 ‘나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행하는 일‘이 바로 글쓰기라면, 저자는 단순히 쓰는 일을 넘어 읽고, 성찰하고,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그는 ‘살아내는 대로‘ 쓰는 사람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내가 쓴 글 속에 나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안다. 글만큼 글쓴이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적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글쓴이가 문장 앞에 얼마나 솔직했느냐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치열하게 사유하고 그것들을 숨김없이 풀어냈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으리라. 또한 ‘내가 쓴 글은 (그 당시의) 나 자신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좋아하는 책들이 자주 등장해 기뻤다. <침묵의 세계>, <늙어감에 대하여>, <캐롤> 그리고 <헝거>외 몇 권 더. 하지만 정작 나를 아연실색케(?) 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었다. : ‘˝나는 전혜린˝이며 예술가는 모두 백혈병으로 죽는 줄 알았던 감상적인 문학 소녀‘(95p), ‘독서의 문장은 생각하는 긴장과 외로움, 쾌락을 얻기 위해서다.‘(121p).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적겠다. 나를 들킨 것 같아서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깨닫게된 것들도 많았다. 동화가 ‘아동에게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기 위한 도구라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당연하게도 현실에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없다. 아, 내 안에 뿌리깊게 자리한 여성 혐오적인 판타지는 동화로부터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 그 외에도 이번 책에서는 삶과 죽음, 외로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가 다시금 이 책을 바쁘게 들춰보며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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