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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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나는 태어났다.˝



<출신>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태어났지만 내전을 피해 독일로 이주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소설이다. 자필 이력서를 쓰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한 저자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비셰그라드에서부터, 처음부터 독일어를 배워야했던 14살, 그리고 추방당한 부모님을 뒤로하고 혼자 살아내야했던 시간들까지.



자전적 소설이라기에 책 소개에 적힌 작가 이력을 충분히 숙지하고 읽기 시작했음에도 따라가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현재 시점의 작가와 어린 시절의 작가가 교차되며 진행되는 이야기인데다가, 그가 겪었던 두 나라에서의 삶 자체가 파편적이기 때문이다. 끌어당기는 힘과 밀어내는 힘이 팽팽하게 교차하듯 저자의 문장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과거를 헤집어 풀어놓기란, 분절된 역사를 기억해내기란, 현실 속에서 죽어가는 할머니와 마주하기란 그리고 그것을 글로써 풀어내는 것이란 역시 쉽지 않은 일.



출신, 이라는 말이 목구멍을 틀어막는다. 출신이라는 말은 어쩐지 낙인같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당신은 어디 출신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한민국‘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에 대한 내 심경은 복잡하다. 그러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 무엇이든 대답할 거리가 있다는 사실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출신을 묻지 않는 날이 올까? 인종과 계급과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그냥 한 개인을 한 개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까? 모르겠다. 요즘같은 시대엔 더더욱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하다.







(*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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